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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ug 29. 2024

배낭여행이 처음인 배낭(멘)여행자들

라오스 여행, 배낭이냐? 캐리어냐?

출국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다섯 청춘들의 단톡방에 불이 났다. 발화 원인은 배낭이냐? 캐리어냐? 그것이 문제였다. 다들 배낭여행은 처음인지라 고민도 되고 신경 쓸 것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단톡방에서 100분 토론 펼쳐졌다. 나와 아내는 단호박 배낭파였다. 라오스는 캐리어보다 배낭이 더 편하다는 여행 후기를 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평소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라오스 여행에서 그 로망을 실현해 보기로 한 것. 물론 배낭여행이라 하면 으레 내 몸보다도 큰 배낭하나 짊어지고 단신으로 세계를 누비는 장기세계여행을 의미하지만 속세에 벌여놓은 일들과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은 평범한 중생이기에, 소박하게나마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인 라오스에서 그들처럼 배낭하나 메고 다니며 배낭여행 갬성이라도 느껴볼 심산이었다.

니나킴도 배낭파. 사실 니나킴은 코로나 전 세계여행을 앞두고 있었던 비운의 예비 세계여행자였다. 안타깝게도 그때 들지 못했던 40리터짜리 세계일주 배낭을, 너무 커서 살짝 고민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아마도 메고 올 듯 보였다. 배슨생은 단호박 캐리어파였다. 확고함의 이유는 심플했다. 편하니까. 액체류 같은 기내반입 금지 물품에 대한 걱정도 없고, 여행 중 기념품으로 짐이 늘어나게 될 수도 있는데다 무엇보다 웬만한 건 그냥 다 때려박으면 되니 편의성이 중요한 여행자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JYP는 단톡방의 불이 꺼질 때까지도 끝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본인은 본래 무조건 편한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와 아내처럼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도 있는 데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배낭 멜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배낭을 메고 싶은데, 또 막상 배낭을 메자니 공간이 부족해 못 챙기게 되는 것들도 있고, 기내반입 금지 물품도 신경 써야 하고, 짐을 넣을 때 테트리스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배슨생이 캐리어는 그냥 다 때려 박으면 된다며 캐리어의 장점을 어필하고 있지, 나머지 세 배낭파는 그래도 라오스는 배낭여행 아니겠냐며 낭만을 앞세워 유혹하니 멘붕이 올만했다. 과연 JYP는 공항에 배낭을 메고 올 것인가? 캐리어를 끌고 올 것인가? 출국 당일 공항에서 알게 될 JYP 드라마의 결말이 사뭇 기대가 됐다.

누가 보면 세계여행 가는 줄... 고작 3박 5일 라오스 갑니다만...^^;;
배낭메고 출발!




라오스 배낭(멘)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를 읊어보자면, 배낭여행이라는 로망 실현의 기쁨은 짧았고, 현실의 피곤함은 여행 내내 따라다녔다. 사실상 도시 to 도시를 이동할 때만 배낭여행자지 여행할 때는 숙소에 큰 짐은 풀어놓고 최소한의 짐만 들고 돌아다녔기 때문. 게다가 출국 전 짐 싸기부터 시작된 테트리스 게임은 여행 중 짐들이 재배열됨으로써 난이도가 높아져 돌아오는 날 짐을 쌀 때는 여기에 기념품까지 더해지니 끝판왕 난이도가 되었다. 반면에 캐리어는 묵직한 네모박스를 끌고 다녀야 한다는 것 말고는 불편할 게 없었다.(심지어 이것 조차도 메는 것보다 편한데)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답게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었고, 방비엥은 풍문대로 비포장길도 많기는 했으나 그 길을 캐리어 끌고 다닐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단순 우연일 수도 있으나 벨보이나 운전기사님들이 캐리어는 들어줘도 배낭은 들어주지 않았다.(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배낭파끼리의 부러움 섞인 결론) 역시 전직 여행 마케터를 업으로 삼았던 자의 품격인가? 배슨생이 현명했다. 배낭이냐? 캐리어냐?를 두고 내기나 대결을 한건 아니지만 승리자는 배슨생이었다. 이 말인즉슨, JYP 드라마의 결말은 배낭이었다는 말.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봐야 할지 새드엔딩이라고 봐야 할지...

한 명 빼고, 배낭(멘)여행자들 (저기 웃고 있는 저 남자, 승자의 여유인가?)

사실 배낭이냐? 캐리어냐?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100분은커녕 1분 토론거리도 안 되는 문제 아닌 문제다. 여행에는 각자의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여행일정과 여행지의 상황 등은 고려하되 본인이 원하는 거 가지고 가면 된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분명 일장일단은 있다. 감수는 본인의 몫.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여행의 일부로 추억이 될 테니 너무 깊은 고민이나 선택장애를 겪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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