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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Nov 11. 2022

5-?=?

행복은 무지개 같아서

 

        영롱하고 고운 빛을 가진

        내 희망의 무지개여!

        그 고운 빛으로

        나의 갈길을 밝혀주소서!

  

 이 시는 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무지개란 주제로 쓴 시다. 그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는데 그때 한없이 날 대견해하던 아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대상, 최우상도 아닌 겨우 장려상인데 그리도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건 시상장소가 법원이라서 그랬던 걸까 그 시절 아니 지금도 법원이라면 견고하고 넘을 수없는 벽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한없는 존경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무지개를 떠올리면 알 수 없는 설렘과 벅찬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그 아름다움은 쉽게 허용되지 않으며 영원하지 않기에 더 간절해진다는 것을.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든 '그날' 이전의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시간은 시어머님을 떠나보내고   '그날'이 오기까지 1년 남짓의 시간이었던 같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마도 대여섯 살쯤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시절부터 내 인생은 정말이지 소란스러웠다. 오 남매나 되는 적지 않은 아이들과 지금은 아토피라는 병명이 있지만 그 당시엔 피부병이라 불리며 치료법도 치료약도 없어 오랜 세월 몸고생  맘고생한 오빠가 있었고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오신 아빠는 위장병을 달고 사셨다.  없는 살림에 병마가 끊이지 않았던 데다가 세상 착한 부모님들은 곗돈을 떼이기도 하고 보증을 잘 못서서 하지 않을 고생도 하곤 하셨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엄마는 술을 많이 마셨고 그런 날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엔 그런 엄마가 싫었고 무서웠는데 철이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은 엄마가 학교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며 외가친척들과도 거의 왕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얼마나 외롭고 답답했을지 그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견뎠을지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시간들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엄마는 신장이 다 망가져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어이없는 의료과실로 48의 짧은 생을 마감하셨다.


 사람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내 삶의 버팀목이 엄마였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허무 그 자체였으며 엄마가 안

계신 집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사막 같은  집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지금처럼 독립이 쉽지 않았고

그 무렵 거래처에서 일하던 남편과 자주 시간을 갖게 되면서 결혼에 이르렀다. 하지만 준비 없이 한 결혼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늘 힘에 부쳤다.

 

 어릴 적에는 착한 딸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결혼해서는 좋은 아내, 착한 며느리,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늘 짓눌려 살았다.


 그런 내가 나로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4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도 내 손이 덜 가도 될 만큼 성장했고 시어머님을 끝으로 양가 부모님을 다 여의게 되면서 자식도리도 끝을 맺었다. 

 시어머님을 보내는 길은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도 아니었는데.,,

   

  이제부터 나는 나의 생을 살기로 했다. 이제부터 펼쳐질 행복과 평화를 기꺼이 누리면 될 일이다.

   

 1여 년의 시간을 열심히 누렸다.  딸아이가 잠시 머물던 서울에서 한가로움과 여유를 즐겼고 그 해 추석에 열린 사물놀이 공연에선 처음 공연을 구경하는 아이처럼 한껏 신이 났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온 행복이고 평화란 말인가.

  

 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이 모든 평화와 행복을 앗아갈 엄청난 불행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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