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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Mar 11. 2023

5-?=?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고로 놀라기도 했고 두 번의 마취와 수술로 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입원실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수술 당일엔 그곳에서 보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나는 도저히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병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병실, 그 병실의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낯설고 기이한 모습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이 병원은 외상치료병원이다.  어떤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 훤히 보이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그래서 환자의 고통이 그대로  흡수되어 버리는 병원. 이런 병원의 특성상 손상부위가 클 경우 발가락을 손가락에 이식하는 수술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언급할 생각이다. 이 수술을 하면 피부의 괴사나 빠른 회복을 위해서 거머리 치료를 한다.

 치료방법은 이식 부위에서 나오는 피를 거머리가 먹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이 24시간 이식부위를 닦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 병실의 불은 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동안 그 일을 반복해야 하는지 물어보진 못했다.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급했고 몸상태도 정신상 태도 정상으로 돌아오기엔 사고의 후폭풍이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통증과 절망감에 자는 듯 깨는 듯한 불면의 밤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잠들지 못하는 병실을 나와 3인용 입원실로 입실을 했다. 처음엔 그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에 1인실로 갈까 했으나 그래도 외로운 건 못 견디는 성격이라 3인실을 택했다. 이 선택은 50여 일 남짓한 병원생활을 견디게 해 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흔여섯 해를 살아오면서 두 아이를 낳을 때 제왕절개 수술을 하느라 입원한 것 외엔 입원이라곤 해본 적이 없었고 병원생활이 언제쯤 끝날 지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이어갈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기에 그저 두렵고 막막한 병원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원실에 들어서니 퇴원준비를 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 입원 첫날 만나게 된 분은 오른쪽 손목아래를 절단된 사고를 겪었고 몇 차례 수술을 진행했으나 신경의 통증으로 인해 이번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고 얘길 해 주었다. 그러면서 병원생활에 도움이 될 이야기, 장애인으로서 알아야 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곤  궁금한 일이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며 연락처를 알려 주셨다. 그때 그분은 그 후에도 병원에 올 때면 나를 찾아주었고 그 후로도로 한 번씩 통화를 하곤 했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나를 바라보던 그분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첩첩산중 고갯길을 넘어오느라 고되고 만신창이가 되었을 텐데 그 고갯길 초입에 이제 막 들어선 나를 보니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쉬이 가길 조금이라도 마음 덜 다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얘기를 들려주었으리라.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분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같을 순 없지만 그 마음은 같을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나는 그분 덕분에, 그분 덕분에라는  말이 맞는 표현인진 잘 모르겠지만 병원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나보다 더 많이 다쳐서가 아니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터널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 터널은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가 없다.

 포기할 수 없는 희망과  그보다 깊은 절망사이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또 채찍질하길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 터널의 어디쯤 서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분명히 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용기와 시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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