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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May 07. 2023

5-?=?

작은 숲에서

 병원 치료의 루틴 중엔 받고 싶다고 해서 다 받을 수 없고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지만 쉽게 받을 수 없는 치료가 있다.  그 치료는 고압산소치료라는 것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쉽게 받기 힘들고 막상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밀폐된 공간에서 한 시간  정도를 버텨야 하기 때문에 나처럼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치료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압산소치료란 캡슐처럼 생긴 공간에 다량의 산소를 투입함으로써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치료법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량의 산소가 들어오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이고 개폐가 타인에 의해 이루어짐으로 내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이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캡슐 안에 있는 마이크로 중단을 요청할 수는 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치료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막상 치료를 받아보니 받을 만했고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다 보면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날따라 가슴이 유난히 두근거리고 속도 좋지 않았다. 이런 날이면 폐쇄공포증은 더 증상이 심해져 그날은 결국 고압산소치료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가슴 두근거림의 원인은 항생제 부작용이었다.  이후로 항생제를 주사로 맞다가 약으로 복용하니 가슴 두근거림은 사라졌고 고압산소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산소통이 숲이 된 일이 생겼다. 여느 날처럼 치료를 받고 있는데 딸아이 남자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밤하늘에 걸린 달님사진과 달은 밤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낮에도 하늘을 지키는 것처럼 언제나 날 지켜준다는 내용의 시였는데 나의 어머님이라는 마지막 구절에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어쩌면 가족이라 쑥스럽고 하기 민망해서 할 수 없는 말을 그 친구가 대신해 준 건 아닐지.  

 지금은 딸아이와 헤어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가장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그 친구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마움과 헤아릴 길 없는 마음과 마음들로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서야 캡슐 안은 나만의 작은 숲 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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