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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May 17. 2023

5-?=?

사람, 사람-1

 병원생활이 일주일정도 지나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병문안을 오기 시작했다.   더러는 팀으로 오기도 하고  한 사람씩 오고 가기도 했었는데 지금도 친언니 같이 날 챙겨 주며 아껴주는 A언니와 B언니의 고마움은 잊을 수 없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우리 부서엔 두 명의 남자 직원과 다섯 명의 여자 직원들이 있었는데 다섯 명의 여자 직원 중 한 사람은 필리핀 사람이라 우리랑은 잘 어울리지 못했고 우리네명은 업무상에서 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잘 지내곤 했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일이란 건 처음엔 서툴고 힘들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사람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회사생활은 지옥이 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노동의 강도가 만만치 않은 회사였음에도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누구의 말인지 알 순 없지만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부서는 여전히 둥글둥글 굴러가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타 부서들도 우리 부서의 분위기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언니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서에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씩씩하고 늘 웃음 많던 B언니가 유방암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언니가 회사를 그만두고도 종종 연락을 해왔고 치료 과정을 지켜보면서 애써 웃음을 보이는 언니의 마음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다행히 언니는 완치 단계에 이르렀다.


 B언니가 내 소식을 전해 듣고 수육에 보쌈까지 한 상을 차려왔다. 살이 붙으려면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언니는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언니의 눈물이 무얼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언니는 그날 머리도 감겨주고 갔는데 언니가 없는 나로서는 그런 보살핌이 너무도 감격스러웠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이런 대접이라니 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A 언니는 우리들 중 왕언니였다. 왕언니라는 별칭처럼 배려심이 바다 같았고 가끔씩 발산하는 허당미는 나를 웃게 만들었다. 언니는 사무직에서만 일하다가 생산현장은 처음이었는데 다 체구마저 왜소했고 우리가 다루는 제품은 자동차 부품이라 무게감도 만만치 않아 처음엔 힘들어했으나 이내 익숙해졌다.


 A언니가 병문안을 왔다. 아저씨랑 같이 왔다는데 아저씨는 차에서 기다리고 혼자 올라왔다. 언니는 나를 꼭 안고서 눈물을 흘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때로는 말 한디보다 따뜻한 체온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그 후에도 저녁 시간에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내 생각이 너무 나더라며 일을 맞히고

곧장 기차를 탔다고 했다. 내가 보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왔을 언니의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리고 오는 길에 사 왔다며 뭔가를 내밀었는데 가오리무침이었다. 매콤 새콤 가오리무침은 입맛을 살려 주었고 그 후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구미역을 찾곤 한다.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나의 아픔에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일 텐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사람이 한 사람 이상 일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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