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 그리고 카피라이팅
소비자를 움직이는 힘=기획력
기획력은 정반합에서 나온다!
그냥 글자를 쓰는 건 우리나라 오천만 시민 모두가 할 수 있다. 문제는, 카피란 짧고 간략한 문자 속에 담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수많은 매체에서 수많은 텍스트가 떠다니는 세상에서 우리는 고객의 시선을 끄는 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의 의도 (구매)로 이끌어야 한다. 이 모든 여정이 카피라이팅이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고객의 필요를 꿰뚫고, 동선과 시간대까지 파악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설득하는 일이다. 단순히 쓴다가 아니라 텍스트 안에 기획력을 담아내는 게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유퀴즈에 나온 민희진은 본인 기획력 정수 <PINK TAPE>의 탄생 비결을 설명할 때 헤겔의 ‘정반합’을 이야기한 적 있다.
정 : 기존에 존재하는 것
반 : 기존과 반대되는 것
합 : 정과 반이 만나는 곳
기획은 ‘합’에서 일어난다. 세상에 아주 새로운 것은 없다. 심지어 새로운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쉽게 외면 받는다. 그렇다고 기존의 것만 보여주는 건 보는 이를 금세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듯 읽고 저장해야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획과 마찬가지로 카피라이팅에도 정반합이 있다.
정: 고객/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
반 : 제품/서비스의 주요 기능
합 : 정과 반이 만나는 곳
생산자는 헷갈려한다. 내가 가진 이 제품과 서비스의 모든 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당연히 설득될 거라고. 실제로 효소 제품을 판매하는 대표는, 이 제품의 모든 걸 한 바탕에 설명하고 싶어했다. 이 효소는 서울대 박사가 설계했고, 역가수치가 얼마이며,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1mg 단위까지 표현하고 싶어했다. 결국 모든 광고 소재는 전단지 마냥 텍스트와 인증서로 덕지덕지 했다. 대표에게 광고 성과와 비효율적인 광고 소재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사실 효소에 대한 소비자의 필요는 ‘다이어트’, ‘탄수화물 분해’ 같은 효과에 더 가까울 텐데 말이다.
제품의 장점과 소비자의 필요는 서로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다퉈서는 안된다. 각자 가장 적합한 중간지점에서 만날 때 효과적인 메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업무과 온라인 광고 카피라이팅이었기 때문에, 예시가 광고 카피로 국한됐지만, 사실 이 기획력은 민희진의 예시에서 보았듯, 모든 기획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산출물은 고객을 설득하고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가는 힘과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