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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Jul 18. 2020

제발 아무일 없어라

앤틱샾 보물찾기

보물찾기 하러 때때로 들르는 곳이 있다. 중고 앤틱 숍이다. 낡고 오래된 물건들을 진열해놓은 상점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며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물건들을 돌아 보다가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데리고 와 깨끗이 손질하여 내 삶 속에 들여놓는다. 책상의 한쪽 구석에 앤틱 숍에서 찾아낸 옛날 서양 주택의 미니어처와 등대를 놓고 전기선까지 꽂으니 주택과 등대 안에 불까지 켜진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고 예전의 향수도 느껴지고 잡다한 생각도 안 들고 평화롭고 자그맣게 행복하다. 그 가게에는 한 번씩 새로운 물건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누군가 갑자기 몽땅 귀찮아져서 내놓거나 혹은 누가 죽어서 그 가족들이 고인의 소장품들을 위탁판매 하는 것이다. 물건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전 주인의 취향이 보인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을 집어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다가 데리고 온 아이가 하나 있었다. 인형이었다. 금발머리는 양갈래로 땋아내려져 어깨에 닿았고 체크무늬의 모자를 썼으며 흰 블라우스를 입은 위로 어깨에서 무릎 위까지 모자와 같은 체크무늬의 점퍼스커트를 입었고 레이스 달린 양말에 앙증맞은 단화를 신고 있었고 한쪽 손에는 헝겊 가방을 들고 있는 예쁜이. 집에 데리고 와 세제에 푹 담가서 깨끗이 목욕시키고 잘 말려 책상에 놓고 보니 책상에 잘 어울려 흡족했다. 그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불현듯 한국 텔레비전 프로 ‘신비한 서프라이즈’에서 본 저주에 걸린 인형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니만 갑자기 공포감이 하체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강아지 초코를 품에 안고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아무 일 없겠지, 설마... 제발 아무 일 없어라...’ 하면서 침상에 드러누워 눈을 꼭 감았다. 한데 풍성한 개털 때문에 더웠는지 초코가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벗어나려는 초코를 양팔로 더욱 힘주어 끌어안고 윽박질러가면서 품고 있다 보니 어느 결엔가 잠이 들었고 푹 자고 아침에 깼다. 다행히 우리 모두 무사했으며 인형도 어제 놨던 그 자리에 그대로 예쁘게 놓여있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예쁜 소품들이 좋다. 뮤직박스 캐루솔의 예쁜 말들이 천천히 돌고있는 것을 보면서 반복되어 나오는 단조로운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들지않아 좋다. 캐루솔을 돌리면서 뜨개질을 하다 보면 초코가 털실을 물고 달아나 개침을 마구 묻힌다. 그러면 안된다며 손짓을 해대며 눈빛을 강렬하게 쏘면서 몇 번을 알아듣게 타일렀더니 요샌 개 껌을 물고 와 옆에 엎드려 뜯는다. 오래 뜯으라고 단단하면서 긴 황소 힘줄을 사다가 줬더니만 심심하면 뜯어대는데 정말 오래간다. 딱딱하기가 완전 나무 막대기 저리가라 할 정도라 개 껌으로 맞으면 되게 아플 것 같다. 초코가 황소 힘줄 막대를 연속해서 뜯는 소리도 마음에 평안을 준다. 백색소음. 초코가 구 개월이 되어 미루던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종자가 좋아서 새끼를 한 번은 봐가지고 언니랑 아들들에게도 분양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나 이내 마음을 접었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그냥 네 몸뚱이 하나 근심 걱정 없이 편히 살거라. 자식 낳아 키워봐야 기쁨보다 걱정이 더 많아 마음에 바람잘 날이 없단다.’ 하면서. 쓸데없는 걱정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단 엄마가 되고나면 절로 그리 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엄마가 되자마자 걸리는 불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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