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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Oct 04. 2024

비자 여행은 어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듦, 대화의 방법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뭔가 주고받는 대화 없이 나만 말하고, 이해하지 못하던 대화가 한창 이어지던 어느 날... 때는 거의 6개월이 지나던 날이었다. 비자 연장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국 여권으로 무비자 3개월, 주한튀르키예공화국대사관에서 승인받은 비자 3개월 더해서 총 6개월을 튀르키예에서 지냈으니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비자 연장이 필수였다.


  내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비자 연장을 신청할 것이냐, 아니면 거주권을 신청할 것이냐. 튀르키예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튀르키예에 살 수 있도록 신분증처럼 거주권을 내주기도 하기 때문에, 특히 외국인 학생들은 비자를 연장할 때마다 드는 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년이나 6개월 단위의 거주권을 시청에 신청해서 받기도 한다는 거였다.

  어차피 나도 최소 1년의 일정이었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튀르키예를 갈 가능성도 있기도 해서 매번 3개월마다 비자 연장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도, 대사관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것도, 교통비들, 식비들에 내 생활비가 빠져나가게 할 수는 없었기에 나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거다. 그렇다고 해서 거주권이 필수라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거주권을 신청하고 랑데부 면접 이후 승인이 되면 거주권이 발급되지만, 기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또한 같은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이라도 기준이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누구는 불허입, 누구는 1년, 누구는 6개월 등 거주권 기한도 다르다. 동시에 불허입 되면 재신청까지는 무려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은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튀르키예에서 출국할 때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나는 거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내가 주한튀르키예공화국대사관에서 받아온 비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튀르키예공화국 거주권 İkamet 신청 사이트


  통상적으로 대한민국 여권 무비자 3개월과 대사관에서 신청한 3개월 비자 발급을 합하면 총 6개월의 비자 기간을 통해 튀르키예에 있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저 사이트에서 거주권을 신청하고 서류 심사 날짜에 Göç İdaresi 교츠 이다레시(거주권, 튀르키예어로 ikamet 이카멧 관공서, 출입국관리국, 이민청 등의 개념)에 갔을 때 나에게 불법체류 벌금이 있어서 이것을 해결해야 신청을 받아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10일 이내로 새로운 비자를 발급 또는 연장, 벌금을 해결해야 한다는 서류를 주면서,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고 직원분이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6개월이 다 지나지 않았고, 대사관에서 받은 비자 기간도 남았는데, 나한테 무슨 불법체류 벌금? 그리고 10일 이내로 비자 갱신?

  현지인의 빠른 발음에도 불구하고 번역기든 뭐든 이용해서 나는 물었다. 잘못 시스템이 정산된 것이 아니냐, 나는 한국에서 3개월 더 비자를 받았다. 무비자 3개월, 비자 3개월 해서 6개월 아니냐, 아직 6개월 지나지 않았다. 나 아직 시간 있다. 근데 벌금이 무슨 말이냐. 물었을 때 직원이 말했던 것은 네가 한국에서 대사관을 통해 받은 비자 3개월은 튀르키예 입국 날짜로부터다. 이미 그 3개월은 지났고, 너는 3개월 불법체류자다. 네가 10일 이내로 비자 연장, 새롭게 비자를 발급, 벌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추방이다. 여기 이 서류에 내가 사인을 남겼으니 10일 이내로 일을 마치고 다시 이곳으로 오면 교츠 이다레시는 거주권 신청을 받아줄 수 있다. 였다. 또 뒤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해서 불쾌한 감정이 있는데, 어차피 벌금이나 비자 발급이나 더 복잡한 일만 가득해져서 뭐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비자 신청이든, 거주권이든 불법체류로 인한 벌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둘 다 신청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던 거다.


  당장에 준비할 것들이 많아졌다. 10일 이내로 벌금, 또는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대사관을 가든지, 아니면 다른 국가에 비자 여행을 다녀오든지 해야 했다.


10일 이내로

새로운 비자 발급받기

  이건 어렵다. 빨리빨리 한국에서도 2주나 걸려서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튀르키예에서 내가 10일 안에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는 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비자 연장하기

  교츠 이다레시에서 직원 분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비자라는 건 무비자 상관없이 어떤 비자를 받든 튀르키예 법으로는 입국 날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튀르키예에서는 대한민국 여권 무비자 3개월은 효력이 있으나 대사관을 통해 받은 3개월 비자는 효력이 없다는 거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다.) 무비자 3개월과 발급받은 3개월의 기간이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갔다가 새롭게 입국을 해야 한다는 거다. 무비자 3개월과 발급받은 비자 3개월의 기간이 같다면 어차피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효력이 없다. 그렇다는 건 그냥 옆나라에 갔다가 다시 입국해서 입국 날짜를 새로운 날짜로 받으면 된다. 다시 무비자 3개월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불법체류 벌금 해결하기

  불법체류 벌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공항에서 출국을 할 때 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와 맞닿은 국경선에서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반드시 벌금 영수증에 본인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거주권을 신청하든 비자를 뭘 하든 간에 불법체류 벌금을 해결했다는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비자 여행을 가면서 불법체류 벌금도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10일 내로 벌금도 내고, 출국했다가 바로 다시 들어와서 또 빠르게 교츠 이다레시로 가야 되기 때문에 항공편은 조금 어렵다. 그래서 직접 걸어서 국경선을 넘기로 했다.


  대한민국은 위치상 반도에 있고, 북한과 맞닿아 있어 국경선을 넘는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었다. 심지어 해외여행도 교회에서 다녀온 선교 일정도 당연히 항공편으로만 할 수밖에 없었던 본인이었기에 직접 걸어서 내가 국경선은 넘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살고 있는 Van 반은 굉장히 위험한 도시다. 튀르키예에는 튀르키예 민족뿐 아니라 각기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데, 아마도 고등학교 때 세계지리 등의 역사 관련 수업을 들었다면 한 번씩은 듣지 않았을까 싶다.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으로 쿠르드 민족이 살고 있다. 튀르키예이지만,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건국되기 이전부터 살고 있었던 쿠르드 민족으로써 튀르키예 민족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갈등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그래서 도시 Van 반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무장하고 있는 경찰이나 군인들을 자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특별히 정부가 운영하는 관공서 등의 건물들 주위로는 무장한 차량이 있기도 한다. 또 반에서는 시장이나 대통령을 뽑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있거나 아니면 외교적으로 행사가 있을 때는 쿠르드 민족이 튀르키예 정부를 향해 시위를 일으키기도 해서 잦은 소란이 있기도 하다.

약간의 팁! TIP!
: 쿠르드 민족은 이전의 대한민국처럼 약 3천 년간 튀르키예로부터 독립운동을 진행 중이다. 3천 년이라는 건, 기원전부터라는 거다. (지금이 2024년이니..) 하지만 쿠르드 민족은 튀르키예에서 동쪽 끝, 튀르키예 면적의 4분의 1이나 되는 동쪽에 살고 있고, 이에 더해 튀르키예와 맞닿은 주변국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매니아,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지에 넓게 퍼져 살고 있어 이를 지칭하는 말이 쿠르디스탄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로부터 아직 독립되지 않았기에 따로 국가명은 없다. 쿠르디스탄도 쿠르드 민족이 튀르키예 정부에 대항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이러니 튀르키예는 이들의 독립을 인정해 줄 수 없다. 독립되는 순간, 튀르키예는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날아가고, 인구도 잃는다. 또 쿠르드 민족은 튀르키예 사회에서 굉장한 멸시와 차별을 받고 있어 독립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튀르키예와 쿠르드 민족 간의 갈등이 굉장하다. 거의 매일 밤 관공서에 피해가 있는 건 물론, 폭탄 비슷한 소리도 들리며, 길거리에서 경찰과 직접적으로 몸싸움도 벌인다.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최루탄 냄새를 맡아본 적도 있고, 총소리도 들었고, 사람들이 폭탄은 아니지만 불꽃놀이를 이용해 차를 터트린다든지, 경찰과 몸싸움을 해 피가 터진다든지, 바로 집 앞에서 칼부림도 있었다. 그 정도로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 사는 쿠르드 민족과 튀르키예 정부(튀르키예 민족) 간의 갈등이 굉장히 심하다. 그리고 주위로는 시리아, 이란 등의 위험국가들도 자리하고 있고, 시리아 전쟁으로 난민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기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이 난민들로 인해 튀르키예 정부는 외국인의 수를 줄이기 위해 거주권이나 비자를 잘 허가해주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도시 Van 반에서 거주권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탄불에서 거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도시마다 교츠 이다레시가 있어서 신청도 도시마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스템은 하나라서 불허가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어쨌든 급하게 비자 여행을 위해 이스탄불과 가까이에 있는 불가리아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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