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나뜨 Oct 09. 2024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튜륙체

  오늘은 2024년에 맞이하는 10월 9일로 한글날이다. 길거리의 전봇대 등에 태극기가 게양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과 '국어기본법'에서 한글날을 정의하고 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1조(국경일의 지정)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國慶日)을 정한다.
 제2조(국경일의 종류) 국경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3·1절: 3월 1일
2. 제헌절: 7월 17일
3. 광복절: 8월 15일
4. 개천절: 10월 3일
5. 한글날: 10월 9일
국어기본법 제20조 (한글날)
①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

  한글날은 위대한 인물 중 세종대왕1446년 훈민정음선포한 날을 기념하여 한글과 그 창제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알리고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국경일이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정 공휴일이고,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는 5대 국경일 중 하나다.


  이 쯤되면 집 나가면 개고생 시리즈에서 다뤄야 할 주제가 하나 생긴다. 바로, Türkçe (튜륙체) 튀르키예어다. 튀르키예어의 역사에 관해서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아주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튀르키예어의 역사나 창시자를 소개하기보다는 한글과 비교해보고 싶다.

  그래도 짤막하게 튀르키예어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Türkçe (튜륙체-튀르키예어)

  튀르크족이 페르시아와 아랍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슬람을 받아들이면서 문화적으로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연히 문자에도 아랍 문자를 변형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스만 제국이 번성함에 따라 튀르크족은 페르시아어, 아랍어, 그리스어에서 많은 단어와 문법을 받아들인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해체된 이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튜루크가 튀르키예어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언어순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튀르키예어 문자 개혁이 시작된다. 지금의 튀르키예어는 오스만어가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오스만어와 뜻이 거의 통하지 않는 굉장히 이질적이고 다른 언어가 되어버렸다.

  오스만 제국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튀르키예어는 아랍 문자로 표기되었다. 하지만, 튀르키예어는 모음이 8가지로 많은 편이고, 억양 없이 발음이 부드러워 튀르키예어를 표기하는 데에 자모음이 적고, 튀르키예어의 자음체계에 아랍 문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아타튜루크는 아랍 문자가 아닌 라틴 문자를 채택하면서 지금의 튀르키예가 만들어진다.


튀르키예어 Alfabe (알빠베) 알파벳

  튀르키예어의 알파벳은 자음 21개, 모음 8개로 총 29개의 알파벳을 가지고 있다. 같은 라틴문자를 사용하는 영어와는 달리 모든 알파벳은 각각 대응되는 발음이 단 한 가지만 존재하기에 항상 모든 문자는 규칙적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자모음 모두 대응되는 발음이 다수인 영어와 달리 튀르키예어는 29가지의 알파벳 발음만 알고 있어도 모든 글자를 발음할 수 있다. 뜻은 몰라도 문장을 발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밑의 자모음은 PC버전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폰으로 발행된 것을 보니 띄어쓰기가 엉망이다..ㅠㅠ

자음 A B C Ç D E F G Ğ H I İ J K L M N O Ö P R S Ş T U Ü V Y Z (21개)

모음 A B C Ç D E F G Ğ H I İ J K L M N O Ö P R S Ş T U Ü V Y Z (8개)

발음 Aa(아) Bb(ㅂ,베) Cc(ㅈ,제) Çç(ㅊ,체) Dd(ㄷ,데) Ee(에) Ff(ㅃ,쀄) Gg(ㄱ,게) Ğğ(묵음) Hh(ㅎ,헤) Iı(으) İi(이) Jj(ㅈ,줴) Kk(ㅋ,케) Ll(ㄹ.레) Mm(ㅁ,메) Nn(ㄴ,네) Oo(오) Öö(외) Pp(ㅍ,페) Rr(ㄹ,뤠) Ss(ㅆ,쎄) Şş(ㅅ,쉐) Tt(ㅌ,테) Uu(우) Üü(위) Vv(ㅂ,붸) Yy(예) Zz(ㅈ,즤)

  이렇게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키보드 자판도 약간의 변경이 있다.

Q키보드 : 좌-모바일 / 우-컴퓨터 PC

  위의 사진은 Q키보드(QWERTY 쿼티)이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키보드칸의 너비가 짧아지고, 6개의 알파벳이 추가된다. PC의 경우 기존의 'ㅑ,Ii'의 자리에 튀르키예어 알파벳 'Iı(으)'로 변경되고, 6개의 알파벳과 특수문자로 변경된다. 또 PC의 경우 숫자 키보드의 쉬프트 입력의 특수문자가 변경된다. 또 사진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모바일에서 특수문자 입력을 위한 창으로 넘어갔을 때 '₩(대한민국 통화기호)'의 자리에 '₺(튀르키예 통화기호)'로 변경되는 것 말고는 없다.

  또 컴퓨터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데, 그중에 튀르키예어도 있다.

Windows 설정 > 시간 및 언어 > 언어 및 지역 > 언어 옵션

  터키가 튀르키예로 변경되었음에도 아직 윈도우에서는 '터키'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튀르키예어의 키보드 종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Q키보드(QWERTY 쿼티)와 조금 다른 F키보드(FGĞIOD)가 있다. 쿼티 키보드는 앞에서 설명한 사진 그대로이고, 튀르키예어의 F키보드는 키보드의 'QWERTY'의 자리에 'FGĞIOD'가 순서대로 자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세벌식 키보드처럼 효율적인 입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지인들도 많이 어려워해서 잘 쓰이지 않고, 대부분 Q키보드를 사용한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거쳐 오며 외국어 과목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배우면서 튀르키예어는 한국인이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생각된다. 중국어는 성조표기가 있어서 같은 라틴 문자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일본어는 한자와 히라가나/가타카나 문자를 섞어 쓰는 혼합문자체계로 가끔 라틴 문자를 섞어서 쓰기도 하며, 영어는 애초에 알파벳에 대응하는 발음이 여러 가지라 어렵고,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불규칙 동사로 AAA, ABA, ABB, ABC로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튀르키예어는 앞서 말했다시피 알파벳 발음만 알고 있어도 단어나 문장을 읽는 데엔 무리 없이 모두 읽을 수 있고, 한국어의 문장구조와 똑같이 완전한 문장으로 주어-목적어-서술어의 모습을 띠기에 단어의 뜻을 알고 있다면 문법을 적용하지 않은 채로 그저 나열하기만 해도 회화할 때 현지인이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어도 문법이 있다고. 영어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저 불규칙 동사 말고도 영어는 많은 불규칙이 존재한다. 하지만 튀르키예어는 외래어가 아닌 튀르키예어 단어 문장에서 불규칙이라고는 오직 8가지만 존재한다. 또 가끔 단어의 철자가 변형되는 문법이 존재하는데, 이는 불규칙이 아닌 수학의 사칙연산처럼 그 공식이 정해져 있어 입에 붙는다면 튀르키예어를 쉽고 편하게 구사할 수 있다.


  나도 튀르키예어와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처음 언어 수업을 했을 때 굉장히 어려웠다. 다른 라이프스타일, 다른 문화권, 다른 언어권에서 낯선 삶을 배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모든 것이 집약된 것이 언어인데, 튀르키예어와의 첫 만남은 힘들었지만, 확실히 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단어만 나열해도 대화가 통한다는 점에서 배우기 쉬웠다.


몇가지 재미있는 튀르키예어

[1] 있다/없다

  '있다'와 '없다'의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 'var (봘)'은 '있다'를, 'yok (욕)'은 '없다'를 뜻한다. 그래서 누가 뭐 있냐 없냐, 아니면 이거 살거냐 물어봤을 때 없다, 아니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yok (욕)'을 썼다. 그래서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뭐만 하면 '욕, 욕욕' 했다. 하도 외국인이라고 덤터기를 씌워대서 그랬다.

[2] 튀르키예 동음이의어

  한국어에서 '달'의 뜻은 밤에 뜨는 지구의 위성인 달과 1년을 열두 개로 나눈 열두 달의 달이 있다. (뭐 더 있긴 하지만, 튀르키예어 비교를 위해서 두 뜻만 이용한다.) 'Ay (아이)'가 튀르키예어로 지구의 위성인 달과 열두 달의 달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튀르키예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동음이의어가 꽤 많이 존재한다.

[3] 좀 긴데... 이게 똑같은 단어라고?

'arkadaş (알카다싀)'
'arkadaşımız (알카다싀므즈)'
'arkadaşımızlar (알카다싀므즈랄)'
'arkadaşlarımız (알카다싀라르므즈)'

  위의 3개의 단어는 모두 같은 뜻이다. 문법 적용으로 철자가 몇 개 더 추가된 경우로 이 때문에 튀르키예어 문장이 매우 길어진다. 맨 윗 단어가 기본형이고, 위에서부터 '친구', '우리의 친구',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인칭어미와 복수형이 합쳐져서 길게 보일 뿐 뜻은 똑같다. 다른 단어들에도 적용된다.

[4] 외래어 구분법

  튀르키예어에서 순수하게 튀르키예어로 구성된 단어와 외래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자모음표기법이다. 순수 튀르키예어에서 단어를 적을 반드시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가며 표기된다. 자음은 중복으로 여러 번 나열될 수 있지만, 모음은 아니다. 모음 여러 개가 나열되는 튀르키예어 단어는 외래어다.

  예시로 아래를 보자.

'saat (싸앗ㅌ)'은 '시간'을 뜻한다. 이는 외래어다. 왜냐하면 모음 Aa가 2번 나열되었기 때문이다.

'okul (오쿨)'은 '학교'를 뜻한다.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 나열되었기 때문에 외래어가 아니다.

[5] 알리요~

  튀르키예에서 전화를 받을 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보세요~'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되지만, 뜻은 '여보세요'가 아닌 줄임말이다. 'alıyorum (알르요룸)'의 줄임말인데, 이는 'almak (알막)'의 동사원형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문법이 적용되어 뜻은 '사다/얻다/받다'이다. 그러니까 '전화를 받다'라는 행위가 '얻다/받다'의 동사가 사용되어 'alıyorum (알르요룸)'의 줄임말로 'Alıyo (알르요)'가 된 것이다. 들리는 발음은 '알리요'이지만, 아니라는 것!!

  본인은 사전에 찾아봐도 없길래 친구에게 물어보니 줄임말이라서 없을 거라고 그가 설명해 줬다.

[6] 규젤~

  'Güzel (규젤)'은 모든 긍정의 의미, 그리고 모든 감탄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쁘다, 멋지다, 맛있다, 좋다, 레전드 등의 모든 좋은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하지만 완전 엄청 좋았을 때, 그 감정을 나타내주는 행동이 있는데,

만두처럼 손을 모으고 손목을 앞뒤로 젖히면서 'Güzel~ (규젤)'을 여러 번 말하면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행동이 엄청 좋다는 감정을 담고 있다.

[7] 촉촉

  'Çok (촉)'은 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완전, 매우, 아주, 엄청, 짱, 슈퍼킹왕짱, 울트라캡숑 등등 관형사로 사용된다. [6]과 [7]을 합쳐서 '너무 좋아'를 튀르키예어로 'Çok güzel'하면 된다. 이것도 여러 번 말할수록 더 양적으로 많아지는 뜻을 준다.


한국어와 튀르키예어

  마지막으로 한국어의 튀르키예어는 Korece (코레제)다. '대한민국/한국'이 'Kore (코레)'인데, 여기에 '언어'를 뜻하는 문법인 C*A*를 적용시켜 'Kore -ce'해서 'Korece'가 된 것이다. 튀르키예어인 Türkçe (튜륙체)도 똑같다. C*A* 문법을 적용시켜 튀르키예를 뜻하는 'Türk (튜륙)'에 'çe (체)'를 붙여 'Türkçe'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 짧게 한글날을 맞아 튀르키예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튀르키예에 대해서 앞으로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이런 날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끝~

이전 11화 저는 지금 국경에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