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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Nov 18. 2024

#1. 2017년, 뜨거웠던 여름

모로코와 터키

  내게 해외여행은 단기선교로 시작되었다. 2017년, 중학생이었던 내게 단기선교의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비용은 신청자 본인이 부담하며 위험 상황 발생 시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최종 목적지인 터키뿐 아니라 Morocco 모로코에서 큰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교단체를 통하다 보니 파송된 모든 선교팀이 앞으로의 모든 일정에 안전과 인도하심을 소망하며 모여 예배드릴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시간 경유를 거쳐 모로코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에 속한 모로코라서 그랬던 것인지 푹푹 찌는 여름 날씨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캠프는 4박 5일간 진행되었다. 근처 안내되는 숙소에 짐을 풀고 빠르게 예배가 드려지는 큰 살롱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 팀도 아직은 서먹서먹하지만 팀끼리 자리에 앉았다. 

  무대 아래에서는 예배팀이 그날 그 시간의 예배를 위해 콘티를 나누고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는 화장실과 로비를 드나들며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수다를 떨며 예배를 준비했다. 


  몇 분 후 시작되는 예배의 감동은 엄청났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28:19-20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20.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님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말이다. 이 모든 과정 속,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하셨다. 파송된 모든 선교팀이 한 자리에 모여 기뻐 찬양하고, 예배하고, 기도했다. 우리가 가는 나라와 민족, 백성에게, 우리가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심기고, 품어지고, 새싹 되어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아직도 여전히 계속되는 전쟁과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이름이 복음 되어 달라고 기도했다. 내가 돈을 줄 순 없지만, 내가 행복을 줄 순 없지만 하나님이 행복이 되어달라고 기도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끝나고도 계속된 기도로 진이 다 빠진 4박 5일간의 기나긴 캠프가 끝나고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나라로, 서로의 민족으로 파송했다. 나는 튀르키예로 파송받고, 반대로 나는 다른 팀들을 각자의 나라와 민족으로 파송했다. 

  이 사진은 캠프 중간중간 전도 시간에 해변을 돌아다니다가 조원들이 찍어준 사진이다. 중딩의 앳된 티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때는 몰랐지. 그냥 해외여행 겸 신청한 단기선교가 지금까지 내게 불어올 줄은...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이 그렇게 클 줄은...

  이 글도 시간이 지나서 지금에야 이렇게 쓰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던,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니까.

  사진도 벌써 7년 전이기에 남은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사진은 몇 장 없어도 감정을 느껴진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할 수는 없어도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느껴진다. 캠프 모든 순서순서, 내가 기도했던 것들이, 내가 올려드렸던 것들이 기억나지는 않아도 하나님의 마음은 느껴진다. 왜냐면 이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고, 하나님이 없었다면 하지 못할 일이니까.


  오랜만에 만난 다른 선교팀과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튀르키예로 향했다.




  튀르키예 공항에서 빠져나와 우리는 미리 공지받은 숙소로 짜인 조원들과 함께 교통비와 식비를 받아 뿔뿔이 흩어졌다. 되지도 않는 언어 바디랭귀지로, 가끔은 번역기도 사용하며 사람들과 대화했다. 시간이 된다면 복음도 전하고 간증도 하고,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게 선교다. 


  선교하면 막 무슨 거대하고 엄청난 것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교는 전도다. 막 가서 교회를 세우고,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하는 것도 선교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이 선교라고 할 수는 없다. 그곳에도 교회는 있을 테니 그런 일들은 현지 목사님께서 하시면 되는 일이고, 우리는 복음을 듣지 못하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튀르키예처럼 국교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타 종교의 전도를 금지하는 나라들이 있다. 그래서 현지 그리스도인들이 전도를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때 선교단체를 통해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단기팀으로 사역하며 복음을 전한다. 복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궁금해한다면 가까운 교회로 인도하면 된다. 어려울 것도 없고,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어느 날은 어떤 한 가족에게 초대를 받아서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비좁은 집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구의 99% 이상이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이슬람을 종교로 두고 있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일 가셔서 없고, 부인 4명과 으마으마하게 많은 자녀들에 둘러싸여 대화했다.


  이것이 대화인지, 아니면 우리가 질문하면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는 일방적인 대화인지는 모르겠다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지혜를 주셨다.

  팀사역이라는 말이 있다. 팀으로 함께 사역을 한다는 뜻인데, 복음을 전할 때 누구는 전하고, 누구는 딴짓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다 같이 이 친구를 섬긴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이 친구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 다른 조원은 뒤에서 복음을 전하는 나와 복음을 듣고 있는 친구를 위해 중보 기도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조원은 주변의 방해가 없도록 주위를 살필 수도 있다. 


  팀원이 여러 명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복음을 전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 친구의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와 다른 말을 하면 안 되기에 대화의 주체가 되는 조원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내가 이제 복음을 전할 거야. 그러니까 날 위해 기도해 줘. 내가 언어적으로 열리고, 잘 전할 수 있게, 그리고 이 친구가 잘 들을 수 있게, 이해할 수 있게. 그러면 몇 명은 기도하고, 몇 명은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끄는 것이다. 보통 아이가 많은 집은 애기들이 시끄럽게 방해하는 때가 있어서 깊게 교제하려면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람이 필요하기에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팀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깨어있어야 하지만, 팀으로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사역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진이 다 빠져버린다. 한 것도 없고, 친구들하고 대화한 것 밖에 없는데, 저녁에 돌아오면 온몸에서 힘이 풀린다. 


  그렇게 아침 6시에 일어나 30분 준비하고, 살롱으로 내려가 아침 QT를 하고 예배를 드린 후 점심을 먹고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다가 저녁이 되면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옴을 매일 반복했다. 당연히 머나먼 타국에서 물갈이로 고생한 팀원들, 인솔자의 감작스런 아픔으로 이랬다 저랬다의 혼란스러운 상황들,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난 팀원들. 그러나 우리의 힘듦과는 별개로 모두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내게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주는 시간이 되었다. 별생각 없이 와, 해외 간다. 기대된당~마음이었지만, 돌아와 보니 하나님은 상상할 없을 만큼의 아픔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에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죄로 인해 그 꿈이 깨어졌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다. 거짓과 우상들로 가득해진 세상, 이 세상은 원래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으나 죄가 빼앗아 갔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다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왜 죽이지 않으셨을까. 구약에서는 다 죽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왜 계속 기다리실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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