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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Mar 17. 2021

신천지 논란에 빠진 전남대 총학생회 (2021)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사(1997~2020)' 작업을 끝으로 더 이상 전남대 총학에 대해 다루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2021년도 전남대 총학생회에 또다시 신천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몇몇 언론의 간접적인 보도가 있었으나,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록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글을 남기게 되었다. 지난 2017년의 비극이 반복되어 무엇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17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한 신천지 신도>

좌측부터 문다영, 나희진, 추민정, 김지수

 문다영 (전남대학교 생물공학과 14학번) - 2017년도 전남대 부총학생회장 후보

 나희진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13학번) - 2017년도 전남대 총여학생회 정후보

 추민정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13학번) - 2017년도 전남대 총여학생회 부후보

 김지수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14학번) - 2017년도 전남대 경영대학 학생회장 후보

 장수아 (전남대학교 작곡과 12학번) - 신천지 베드로지파 부장급 인사 


1. 무관심이 불러온 불운한 출발


 지난 2020년, 전남대 총학생회는 1년간 공석 상태였다.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없어 대표자 선출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도 총학 구성'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떠안은 전남대 중선관위는 총학생회 '공석' 상태를 만회하기 위해 고심했다. 세칙상 총학생회 구성을 위해서는 투표율 50%를 넘겨야 했다. 중선관위가 내놓은 해결책은 두 가지였다.


 첫째, 기권표를 없앤다.

 둘째, 경품 추천 이벤트를 진행한다.


 총학생회 선거는 단독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단과대 학생회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2018년에 치러진 총학 선거 당시에는 기권표가 존재했다. 즉, 온라인 투표시스템에서 '1번, 2번, 기권'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다. 기권표는 투표율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권표'는 총학생회 투표 참여를 원치 않고,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만 참여하고 싶어 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도 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에는 기권표가 존재하지 않았다.


 '경품 추천 이벤트' 역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벤트 내용은 단순했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하여 경품(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000잔, 에어팟 2세대 10개, LG 그램 노트북 6대, 닌텐도 스위치 1개, 아이패드 8개)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경품은 총 1030개로 커피 1천 잔과 고액 경품 30개로 나뉘었다.



 2020년 12월 2일, 전남대 총학 선거가 2년 만에 투표율 50%를 넘기고 성사되었다. 최종 투표율은 무려 9,376명 참여로 62.09%를 기록했다. 기권표 제거와 경품 추천 이벤트가 완벽하게 먹혀 들어간 것이다. 당선 선본은 임기안 총학생회장과 한채영 부총학생회장의 '바로' 선본이었다. 바로 선본은 6,149표(65.6%)를 얻어, 늘봄 선본(34.4%)을 제치고 당선을 거머쥐었다. 이때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2. '탄핵' 추진으로 이어진 경품 논란


 그러나 경품 추천을 진행하기로 한 12월 5일, 경품 추첨을 다음 날로 연기하겠다는 공지가 있었다. 그리고 6일 경품 추천이 시작되었다. 투표에 참여한 학생 9,376명은 혹여나 고가의 경품을 얻게 될까 기대하며 생중계 방송에 참여했다. 그러나 방송 품질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이 과정에서 추첨 코드가 삭제되는 등의 장면이 포착되어 논란이 되었다. 전남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학생들의 분노는 경품 당첨자 명단 공개 직후 폭발했다. 2020년도 전남대 자연대학 학생회장 A씨가 고가의 경품 중 하나였던 아이패드에 당첨된 것이다. A씨는 통계학과 출신인 임기안 총학생회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추가적으로 A씨가 직접 경품 추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에 일부 학생들이 진상규명 요구에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임기안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3차례 입장문을 발표했다. R코드, R히스토리 상 추첨 프래그램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사이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재학생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의 '소통'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2021년 1월 1일 정식 임기를 시작한 임기안 총학생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사 결과 코드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조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라며 "추후 제대로 된 논란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분노한 학생들은 '소통 부재'를 이유로 탄핵 절차에 나섰다. 각 학과에서 총학생회 탄핵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진행되었다. 제안자는 발의에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학생총회를 소집할 것을 약속했다. 일부 학과에서는 총학생회장 탄핵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실시되었다.


 한편, 전남대 대학본부는 경품 추첨 의혹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다. 전남대 측은 통계전문가와 전산전문가를 통해 경품 추첨에 사용된 프로그램 코드,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조작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남아있는 증거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경품 관련 조작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구심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았다. A의 아이패드 당첨 확률이 0.0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결국 처음부터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 결과였다.


3. '바로' 총학에 결정타 ··· '신천지 논란'


 2021년 1월 말, 여전히 탄핵 여부는 확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1월 30일, 전남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한 편의 글이 모든 상황을 바꿨다.



 2021년 1월 30일, 스스로를 전남대 19학번으로 밝힌 B씨가 현직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 C가 사이비 종교 신천지 소속일 가능성이 있음을 폭로했다. B는 입학식 날 C, D, E 일행을 만난 이후 그들과 자주 어울렸다. 세 사람은 'DOO'라는 임의 동아리 소속이었다. 그러나 훗날 B는 D가 신천지 부장급 인사이고 E 역시 전남대 인문대학에서 포교를 시도하던 중 발각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와 C가 식사 약속을 한 자리에 C가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F를 데려온 일도 있었다. '3:1 관계망 형성', '우연을 가장한 만남' 등은 모두 신천지 전도 수법과 정확히 일치된다.


 다음날 C가 해명문을 발표했다. C는 본인이 교회에 다닌 사실이 있다며 '교인 교적부'를 공개했고, "B와 그렇게 잦은 만남을 가질 만한 사이도 아니었고, 동아리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B는 "입학식 직후부터 잦은 만남을 가진 사실이 있으며, C는 해당 임의 동아리에서 부조장을 맡고 있었다"라고 반론했다. 학생들은 신천지 측이 교회에 위장 교인 '추수꾼'을 보내는 마당에 교인 교적부를 공개한 것은 해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C는 2, 3차 해명문을 통해 "교회에 다니고 있음은 사실이며, 최근에는 예배가 어려워져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영상 시청 기록 2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C가 제시한 시청 기록이 2건에 불과한 데다, 영상 역시 '사탄의 대리인 "적그리스도의 정체"'라는 이름의 종말론과 관련된 영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2월 1일 임기안 총학생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탄핵 절차와 무관하게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사임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C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증빙자료를 C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2월 2일 C가 마지막 입장문을 발표했다. C는 "임기안 총학생회장이 받아오겠다고 한 10가지 증명서류는 저와 상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해명의 의지는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이로써 C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제 더 이상 공인의 입장이 아니기에 저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을 끝으로, C는 전남대 총학생회를 떠났다.


 2021년 2월 15일 전남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의결된 세칙 및 회칙 개정안은 임기안 총학생회장에 의해 발의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총학생회 성립을 위해 필요한 투표율이 50%에서 33.3%(1/3)로 조정되었다. 이는 더 이상 절반 이상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발맞춘 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지난 3년간 이어진 투표율 미달과 총학생회 공석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② 바로 총학생회에 대한 탄핵안 발의가 의결되었다.


 ③ 후보자 정보 공시 제도 도입이 의결되었다. 특정 종교 단체 혹은 정치 단체가 소속을 숨기고 당선되어도 제재할 수 있는 세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미리 정보를 공시하고, 허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직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논란이 된 신천지 선거 개입 사건의 결과였다.


 2021년 3월 16일 전남대학교 임기안 총학생회장에 대한 탄핵 투표가 진행되었다. 투표 결과 전체 유권자 16,798명 중 7,802명이 투표에 참여,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탄핵 성사를 위해서는 투표율 50%와 탄핵 찬성 66.6%가 필요하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7,802명 중 49%가 탄핵 찬성에 투표하여 사실상 학생들의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은 확인되었다. 탄핵 반대는 14.71%에 불과했다.


 임기안 총학생회장은 신천지 논란 직후 탄핵안 가결과 무관하게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18일 임기안 총학생회장이 제출한 사퇴서가 전남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수리되었다. 이로써 2021년도 전남대 총학생회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임 회장은 임기 중 백도 시간 연장, 제휴 활성화, 교육환경 개선, 필수과목 여석 확대, 총학생회비 장부 공개, 축제 예산 증액, 대여사업 등 8가지 공약을 실천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약을 실천하기도 했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중도 사퇴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년간 전남대에는 상당한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 총학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채웠다. '확고한 지지세력의 존재' 덕분이었다. 당시에는 비판이 제기되어도 학내 기반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가능했다. 전체 학생들이 수시로 의견을 제시하는 창구도 없었다. 전학대회나 확운위에서 비판이 나오면 논쟁이 벌어지고 사과와 대안 마련이 있었다. 그러나 '확고한 세력'이 아닌 선본 소속원 수십 명으로 축소된 총학은 비판에 취약한 구조에 놓였다.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즉각적인 비판과 의견이 쏟아지는 것도 주요했다. 결국 이번 '바로' 총학생회의 실패는 변화한 시대상이 빚어낸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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