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몰입하는 방법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Soul (2020)에서는 사람이 몰입에 빠질 때 영혼은 'the Zone'이라는 곳에 머문다고 한다. Zone이 속한 곳은 영혼들이 생의 전후에 머무르는 곳인데, 살아있는 사람도 몰입에 빠지면 영혼이 이 공간에 머무는 것이다. 몰입 상태에서 자아상실의 상태로 최고의 모습을 보이면 관중에게 에너지가 전파 및 공명되어 집단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관중과 몰입자 모두를 포괄하여 이 상태를 역사적으로 신명난다고 표현해왔다. 주인공도 신명나는 연주 후 밴드 단장의 마음을 사 공연의 기회를 얻는다.
아티스트는 신명나는 공연예술로, 배우는 신명나는 연기로 해당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다. 이런 몰입의 상태는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어 큰 에너지를 발휘한다. 스타들이 무대가 끝난 후 공허한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자신의 혼자만의 에너지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태양이 스스로 빛을 발하며 주변의 행성들을 끌어당기듯이 스타들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이 신명나는 에너지들에 있다. 신명의 에너지를 발휘할수록 사람들은 스타에게 홀리듯 빠져든다.
신명나는 몰입의 무대는 아티스트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에 필요한 두 가지를 1)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만한 도전과제와 2)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준비와 기량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더해 많은 관중들에게 공명할 수 있다면 무대가 되는데, 스포츠 경기나 정치인의 연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스포츠 선수가 스타가 되는 일은 흔하며 정치인의 연설과 퍼포먼스 역시 그를 스타로 만드는 것이 몰입의 공명적 에너지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는 인터넷 강의와 함께 스타 강사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몰입의 상태는 묘한 상태이다. 분명히 스타도 관중도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치거나 힘이 들지 않고 힘이 돈다. 미국의 정신의학 전문의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이런 상태를 Power의 상태라 하고, 이 반대 개념의 힘이 드는 상태를 Force라 표현한다. Power의 상태는 긍정적인 감정의 의식상태이고 Force의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이 우세한 의식 상태인데 중간의 용기를 기준으로 나뉜다. 몰입의 상태는 자신감에 기반하고 나아가 무대를 즐기는 에너지에 가까운데 (Joy) 이는 Power 중에서도 한참 높은 수준에 속한다.
에너지가 돈다는 것은 에너지의 순환적 확장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호킨스 모델 중 높은 의식에서 에너지가 도는 것은 몰입과 같은 상태에서 개인의 에너지가 지치지 않고 도는 것을 설명하는 자료였지만, 관중과의 호흡에서 오는 집단적 트랜스 상태의 에너지 순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친줄도 모르고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마치 집단 최면에 빠진 것처럼 에너지 샤워를 한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술을 마셨을 때 처럼 탈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가 충전된 것 같은 각성 상태가 지속된다. 그렇기의 우리의 조상들은 신명이 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대는 짧고 인생은 길다. 스타들은 더 멋진 무대에 서기 위해 인생을 연습과 준비에 쏟아붓는다. 특히 칙센트 미하이 박사의 몰입이론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몰입의 방법론이다. 조금 더 우리가 장기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연기에 있다. 배우는 해당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신명나는 연기를 펼치는데, 바로 자신의 인생이라는 역할에 몰입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정치에서 특히 인기있는 역할은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의 역할인데, 역할에 완벽히 몰입하면 할 수록 연기가 자신의 삶 전체가 되고, 공과 사가 구분이 없어진다.
인생에 완전히 몰입했던 대표적인 스타에 예수가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작품이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그가 사후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스타일 수도 있는데 이는 그가 인생을 무대로 보여준 일관성 있는 삶과 죽음, 많은 사람들을 공명하게 하는 말과 행동이 그 구성요소이다. 그의 죽음의 스토리를 통한 진정성을 보건대 거짓으로 연기하는 삶을 살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는 관중으로서 진짜 같은 연기를 하는 사람들에 속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저 영웅은 퍼포먼스를 하는 것일까? 진심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크고 작은 것들로 고민하며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나에 몰입하는 상태와는 정반대의 상태이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왜 살아야하는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줍짢은 정체성에 몰입해서 연기가 삶이 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사기꾼이 성공하는 방법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도 무너지면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멋지게 자아실현을 하는 스타가 되고 싶다. 내가 세상에 어떤 재능으로 몰입상태에 빠져 집단적 공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진정으로 내가 신명나는 삶을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에 몰입하는 방법이지는 않을까?
[Youtube] Into the zone: Disney Pixar's Soul 중
표지 사진 출처: Magazine Affi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