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의 무당들

연예인과 샤먼,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엔터테인먼트

by dotfinity

2025년 K-엔터테인먼트의 핫 키워드는 K-pop Demon Hunters (케데헌)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네 달이 지난 지금도 타이틀곡 Golden은 빌보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열풍이다. 그런데 주인공 팝스타 Huntr/x 삼총사의 실체는 악귀로부터 영혼을 보호하는 헌터인 무당들이다. 퍼포먼스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목소리로 치유하여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보호막인 혼문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임무. 우리조차 제대로 몰랐던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무속의 전통이 철학과 전통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K-샤머니즘

현대의 우리는 앞 날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하늘의 뜻을 묻는다는 의미로 점집을 찾곤 한다. 사주와 신점, 타로 점 등은 굉장히 오래된 풍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취업난과 정세가 빠르게 변하는 시기를 살고있는 2030들의 문화로 자리잡아왔다. 점신과 포스텔러, 천명 등 관련 컨텐츠 스타트업도 성장하였고, 파묘와 같은 영화가 흥행하는가 싶더니 케데헌이 글로벌 스케일로 사고를 쳤다. 앞 날을 점치는 것과 춤과 음악은 모두 신을 섬긴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굿을 통해 조상과 신에게 제례를 드리고 신의 뜻을 묻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에는 하늘과 인간,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속 신앙과 무당이 전국적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자연 현상이 인간의 삶에 지금보다 크게 영향을 미치던 시절 자연의 뜻은 신의 뜻이었고,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은 인간의 겸손함이었다. 우리나라의 무속 전통은 고조선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천부인 (검, 거울, 방울)이 신과 연결되는 증표이자 왕으로서의 지위를 나타내는 물건이었다. 신의 뜻을 아는 자만이 통치를 할 자격을 가지는 제정일치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무속 문화에 대한 깊은 뿌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음주가무와 공동체 문화

한국인들은 음주가무의 민족이라고 한다. 지금의 K-엔터의 성공의 이면에는 산업화를 이끌면서도 애환을 술과 노래방으로 풀어온 역사가 있었다. 사실 음주가무의 역사는 제천 행사에 그 기원이 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 행사는 온 동네가, 넓게는 온 나라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춤과 노래를 즐기며 하나가 되며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던 행사였다. 산업화의 애환만큼이나 고통스러웠을 농번기와 혹한기, 때때로의 재해들을 결속하여 승화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선조들의 풍습이 음주가무인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의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제천 행사의 풍습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와 악용되는 사례들로 점점 약화되고 있지만 개인적 차원의 굿은 아직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굿은 보통 두 경우에 진행되는데 소망과 염원을 담아 잘 되길 기원하거나 안 좋은 일을 이겨내기 위해서이다. 굿을 주관하는 무당도 제사 도우미와 악사들을 한 팀으로 꾸리고, 굿의 당사자도 이해관계자들 또는 공동체와 함께 모인다. 즉, 많은 이들이 하나의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또 함께 놀고 음식을 나누며 결속력을 다지는 풍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과 황금 혼문

무속과 무교는 현대의 종교들처럼 체계화되고 구심점을 가지는 종교는 아니지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종교의 철학과 다르지 않다. 인생을 살며 힘든 일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은 희망을 잃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면, 함께 할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서고 힘을 낼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큰 적은 두려움에 빠져 분열되는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고 속이고, 고립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마음을 빼앗아 우상을 따르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 Saja Boys의 Your Idol이 담고있는 함의이다.


반면 Huntr/x의 노래들은 단순히 대중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은다.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함께 결속력을 갖고 빛나자고 한다. 귀마를 물리칠 때도 진심이 통한 영혼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한다. 음악을 통한 마음의 결속이 혼문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절대 깨지지 않을 황금 혼문은 위기의 상황에서 완성된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혼란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음악에서 치유와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는 것은 우리의 창세기 마고사때부터 내려오는 정신이다.




무당만큼이나 신기있다고 평가받는 직업이 연예인이다. 연예인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직업이다. 현대사회는 자연재해보다 사람의 마음이 우리를 더 어렵게 한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함께 웃고 울며 애환을 해소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이다. 무당이 하던 일들의 어느 정도는 연예인들이 스크린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분열의 역사의 막바지에 와있다. 오늘도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황금 혼문, 한국의 얼과 K-엔터테인먼트에 응원을 보낸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축복인 이유: 광복절과 K-영성


표지 출처: 해연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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