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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by 나무를 심은 사람 Feb 24. 2025

한 살 터울의 우리는

조금 특별한 자매였다.


우린 너무 달랐다.


동생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나는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다. 동생은 금사빠고 나는 철벽녀였다. 동생은 음악 듣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나는 철저히 이과, 동생은 철저히 문과였다. 동생은 걸음걸이가 몹시 빨랐고 나는 느려서 5미터 뒤에서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걷는 일이 많았다.


반면 우린 가장 잘 통하는 (유치한 단어이지만) 솔메이트였다. 우리의 대화는 장르와 깊이를 가리지 않았지만,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속을 탈탈 털어 꺼내어 놓는 심리테라피와 비슷한 대화를 했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우린 맥락 없이 속을 뒤집어 펼쳐놓고, 테이블 위에 놓인 마음 퍼즐들을 같이 쳐다보며 분석하고 맞추고 정리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맥락 없이 “그래서?”라는 말을 자주 던졌는데. 그 말은 ”자, 어디 한번 뭐든 꺼내어 펼쳐봐라 “는 뜻이었다.


우리만 통하는 이상한 농담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동생은 늘 내 말에 앞니를 드러내며 박장대소했다. 우린 인간을 논했고, 인생을 논했고, 종교를 논했고, 남자를 논했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논했고,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을 논했고, 서로의 외모를 지적하며 놀렸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관찰하며 낄낄거렸다.


우린 자주 떨어져 있었지만, 늘 연결되어 있었고,

동생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늘 제자리로 돌아와 있음을 느꼈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치열하게 엉켜 붙어있었고


네이키드하게 담담하게 시크하게 유머러스하게

이 세상을 함께 씹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서로의 40년 세월의

모든 퍼즐 조각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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