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vu Mar 26. 2019

치킨

단상


문득 치킨이 먹고 싶어져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단 둘이 함께 치킨을 먹을 사람은 첫째로, 내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다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퍽퍽한 가슴살을 좋아하니까 양다리나 혹은 다리가 세 개인 이상종의 치킨이라도 모두 그 사람에게 드릴테다.  

그게 아니라면 둘째로 부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까탈스럽지 않은 그 사람의 취향이 좋아서 그날그날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닭가슴살을 양보하거나 날개나 목살도 즐거운 마음으로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먼저 닭다리로 건배를 하며 두 다리를 해치운 다음 하나씩 닭가슴살을 집어 들겠다. 그리고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 게 기분 좋아하고 말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싶다. 아마 내 표정에 그 사람도 웃어줄 것이고, 이때도 가슴이 세 개인 이상종의 닭이라면 닭가슴살 하나를 양보할 수 있다.  

또한 닭다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녀가 사실은 닭가슴살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치킨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보고 내가 가슴살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챌 정도로 내게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 날 눈치가 없는 나도 그녀의 치킨 취향을 알아채고선 배부르다는 핑계로, 혹은 오랜만에 닭다리가 먹고 싶다는 핑계로 닭가슴살을 양보하며 행복을 느낄 것이다. 
 
사실 이것보다는,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내 치킨 취향도 그대 마음대로 변하게 해버릴 만큼 삶에 깊이 파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2018.09.3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