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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Nov 21. 2019

불만 따위 꽤나 무덤덤했던 이가 사회서 겪는 일

나는 별 일 아닌 일에 에너지 낭비하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섭외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되고 마음에 드는 기획은 마음에 들게 바꾸면 된다. 물론 과정서 홀로 마음 속 잡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속 시끄러운 일이구나 치부하고 넘기거나 굳이 인식하려 들지 않으면 된다. 대개 모든 일은 그냥 지나가게 마련이라 지나가고 나면 또 별 일 아니게 된다. 일상은 매일 반복되고 새로운 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들에 그리 울분을 토하고 가슴을 쿵쿵 치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해하는 일, 대의를 방해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의 있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당장 해결할 수 있으면 당장의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그게 안 된다면 때를 기다려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서 일어나는 일은 영화도 만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라서 그리 즉각 뭔가 되지 않는다. 홀로 처리하는 일은 신속하고 빠르지만 사회 속 구성원은 다 똑똑하고 손 빠른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감정도 있다. 세상에. 감정과 생각과 주관을 가진 인간들의 다 세세하게 또 다르다. 그러니 욕심보다 얼마나 느리겠냐고.


그런데 살다보면 종종 부당한 큰 일에는 소시민 코스프레 하며 별 거 아닌 본인 이익 침해에는 침 튀기며 난리 치는 인간을 본다. 학생 때야 그런 인간들은 '내 친구 안 삼을래' 하고 마음서 선 그으면 다였으나 사회에 들어오고 보니 그것 또한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조직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말이다. 별 일 아닌 것에 대해 그것이 불만스러우면 바꾸면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데도 무서워서, 귀찮아서 하지 않으며 툴툴대고 앉았다. 그런 모습이 그냥 '그래 당신 힘들겠지'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옮을까봐 무섭다. 그래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진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건 감정의 편린을 기록하고 내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 나의 슬프거나 아픈 감정을 전달 혹은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누구나 힘든 세상서 자기 얘기 툴툴거리고 한 시간 두 시간 밤새우면서 떠드는 일부 사람들은 그런 기운, 혼자 떠안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게는 어떠한 잘 듣는 뭔가가 있어서 언제나 그런 환경서 또 잘 들어주게 되는데, 이것 또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적당히 끊는 세련된 방법들이 마음 먹으면 많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전화를 받거나 들어가봐야 한다고 말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뭐 그런 식이다.


누군가의 분풀이 대상이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서로의 감정의 편린을 함께 저장하는 게 아닌 일방적으로 행해진다면, 그 또한 기뻐할 이가 없다. 물론,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게 이런 저런 너의 고민을 말해주어 고맙다' 싶은 일들, 물론 많다. 나를 믿고 얘기하는 구나 싶은 것들, 많다.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 자기 혼자 별 시덥잖은 남의 꼬투리, 말 꼬투리 잡아 가슴 쿵쿵대며 얼굴이 붉어진 채 말하는 행위들에 대해, 나는 그냥 당신과 나 사이에 투명한 선 하나 긋고 웃으며 그냥 마음 속에서 노래나 하나 불러보는 것이다. 아, 일한다는 것이여. 아, 돈 벌기 힘드네. 따위의 농담을 과하게 나 홀로 던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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