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어떤 때는 정말 모르겠어.
R: 뭐를?
H: 나란 사람을.
R: 평생 가도 모를 걸. 다들 안다고 착각하는 거야. 사는 게 다 모르겠는 거 투성인데, 내가 나까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복잡하니까. 그러니까 다들 자신은 잘 안다고 여기며 사는 거지. 근데 보면 다들 잘 몰라. 자기 자신도 모르고 남도 모르고. 근데 모르면 좀 어때.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 이런 면도 있었네, 하면서 살면 되지. 문제가 아닌데 문제로 생각하지 마. 그거 좋은 거 아니다.
H: 그래.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게 문제는 아니지. 죽을 때까지 알아갈 게 있어서 사는 게 심심하진 않겠다.
R: 간간히 나도 말해줄게. 내가 보는 너.
H: 왜, 내가 나를 너무 포장해서 볼까봐?
R: 아니. 니가 너를 너무 후려칠까봐. 너는 다른 사람은 다 웃치면서 자기 자신은 후려치는 경향이 있거든. 남한테 못하는 말 너한테도 하지 마. 남한테는 그렇게 안 하면서 너한테는 왜 그래. 너는 니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해. 그러니까 내가 대신 말해줘야겠어.
H: 아무튼 할 말 없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어디 한 번 말이나 해봐. 들어나 보자.
R: 그러니까 내가 본 너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