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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pado Oct 07. 2021

살아남은 대화_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K: 쉬는 날인데 뭐 하고 있어?


I: 나? 나는 하루 종일 허비 중이야.


K: 웬 허비?


I: 시간을 허비, 마음을 허비, 감정을 허비. 안타깝게도 돈이 없어서 돈 허비는 못 해. 제일 하고 싶은 건 사실 그건데. 나는 저 바닥에 있는데 계속 하늘만 봐. 근사하고 반짝이는 것들만. 내가 바라는 건 그들의 추락이 아니라 같이 날고 있는 나인데, 나는 날개가 없어. 그래서 허비 중이야.


K: 정신 차려. 감상에 빠지지 말고. 니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삶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야. 넌 허비하고 싶은 돈을 바라지만 어떤 사람들은 필수적인 돈도 없어. 날개가 없으면 발 디디는 거부터 하면 되잖아. 아기 새들을 봐. 걔네가 처음부터 나는 거 봤어? 걷고 디뎌야 날 수도 있는 거지, 처음부터 날기만 하는 존재가 어딨어.


니가 겪는 무력감 모르는 거 아니야. 니 잘못만도 아니고. 사회 전체가 너무 치열하고 아슬아슬 해졌어. 실수 하나에도 벼랑 끝일 수 있고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 해도 낭떠러지를 구를 수 있어. 근데 어쩌겠어. 그러니까 더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선택권이 없잖아. 사는 수밖에. 그리고 나는 니가 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 니가 허비하지만 않으면 넌 얼마든지 날 수 있어. 그러니까 시간이든, 마음이든, 감정이든 너 자신을 위해 오롯이 썼으면 좋겠어. 미래의 너에게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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