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자?
Y: 아니, 너 목소리가 왜 그래?
U: 나? 술 좀 마셨어. 야, 친구야, 도대체 왜 이렇게 쉬운 게 없냐? 내가 특히 나쁘게 살지도 않았는데. 딴에는 착하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뭐 하나 또렷한 게 없어. 인간관계는 부서지기 십상이고 서른이 넘었는데도 커리어라고 멋지게 부를 만한 것도 없고. 다들 사람은 어디서 그렇게 만나는 건지. 하나, 둘 결혼해서 잘 사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없을까. 나는 여기 있는데 다들 멀찍이 가버렸어. 나만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섬 같아.
Y: 왜 그래 갑자기. 너 무슨 일 있어?
U: 아니, 무슨 일 없어. 그냥 취중진담 같은 거야. 나 그 노래 진짜 좋아했는데. 너도 그 노래 알지! 집에 가면서 그 노래 들어야겠다. 있잖아, 나는 진짜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이 먹어서 저절로 되는 그런 어른 말고 진짜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른. 어른답다, 할 때 그 어른. 부모님 용돈도 팍팍 드리고 잘 맞는 사람 만나서 가정도 꾸리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했어. 근데 있지, 현실은 너무 초라해. 나는 초라한 어른이 됐어. 내 거라고 부를 만한 게 하나 없는 삼십 대야. 바보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