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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Aug 05. 2020

Covid 19

올 것이 오다


[이 아침에]

이정아 수필가

[LA중앙일보]
2020/08/05 미주판 16면


‘드디어’ 왔다고는 말하기 싫다. 반가운 것도 아니고, 오지 말았으면 했던 것이 온 것이니. 조심한다며 간격도 지키고 마스크도 쓰고 살았는데 아들 내외가 covid 19에 감염이 되었다. 놀러 온 며늘아기의 여동생도 걸려 그 집에 사는 세 식구가 몽땅 환자가 된 것이다.

평소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며 초연한 척 떠들었는데, 막상 우리 집에 그런 일이 닥치고 보니 속상하고 불안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면역력이 전무한 기저질환 환자인 내게는 옮겨지지 않았다.

그 아이들과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 구경을 하느라, 경비행기를 운전했던 남편이 혹시나 해서 검사를 하니 다행히 음성(네거티브)이어서 안심했다. 남편은 환자인 나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검사를 하고 벌써 8번의 검사를 받았다.

아들아이는 7월 10일경에  몸살 기운이 있어 재검했더니 확진 판정이 나왔다. 그러더니 줄줄이 며늘아기와 사돈처녀가 같은 증상으로 앓기 시작했단다. 화상진료를 통해 주치의와 면담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많이 아프면 응급실로 가라는 조언이 있었다. 격리와 치료를 환자 셋이 함께한 셈이다. 열이 나고 기침하고 목이 아픈, 몸살 증상과 비슷한 코로나 바이러스 19 증상.

음식은 주로 비대면 주문 배달로 해결하였다. 특히 나는 면역력 제로의 몸이어서 얼씬도 못하고 기도만 했다. 팬데믹에 할 수 있는 어미의 역할이 오로지 기도뿐이어서 답답했다. 카운티와 엘에이시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그날의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그 숫자의 알고리즘.

그나마 통계 가운데 20-30대의 젊은이들은 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미미해서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1%에 들 수 있기에 하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식일이다 보니 내가 아플 때보다 더 간절히 기도가 나왔다. Zoom 미팅하면서 구역원들께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음식을 반조리 상태로 만들고 텃밭의 채소를 따서 남편이 배달을 간다. 그 애들 집의 낮은 문주에 올려놓고 전화로 알린 후 돌아온다. 교도소 접견보다 더 아쉬운 마치 간첩 접선 같은 일을 몇 주째 하며 지냈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사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삶은 엄숙하고 의미심장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에, 살아있는 시간을 귀히 여기고 살아있는 한 행복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어느 시인은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 우리들’이라 했는데 너희들은 호된 훈련 했구나. 삶에도 항체가 생겼을 테니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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