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약혼자 P

P는 콜의 첫 여자친구이자 약혼자였다.

by sooq

외국 하이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보면 그들의 관심사는 온통 이성과의 데이트나 학교에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느냐에 대한 것들로 가득하다. 풋볼팀 주장이 되거나, 인기 많은 치어리더가 되거나. 아니면 공붓벌레이거나. 자신이 어떤 그룹에 속해있는지가 거의 자기소개가 되는 세계에서 미국의 고등학교 시절은 많은 이들에게 가혹한 시기로 회상되기도 한다.


콜의 포지션을 굳이 정하자면 아주 조용하고 괴롭힘을 당해도 반박하지 않는, 그런 캐릭터였다. 성적은 거의 낙제 수준이었으니 똑똑하고 조용한 그룹에 낄 수도 없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여전히 엄마를 따라 이사를 다녀야 했던 그는 친구를 만들 기회도 여의치 않았다.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와 노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이성에 무관심한,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던 10대를 지나 스무 살 무렵 처음으로 P를 만났다. P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사람이었다. 상냥하고 다정했다. 콜은 그녀의 동생과도 가까워졌고, 셋은 함께 살게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과 안정감이었다. 콜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P에게 약혼반지를 선물했다. P는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너무나 길고 오래 외로웠던 콜은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사랑했던 사람이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닐 때의 슬픔을, 나는 알지 못한다. 콜은 그 시절이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P는 헤로인 중독이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녀를 만났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함께 살기 시작할 때쯤엔 콜은 자신이 그녀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그녀가 집안을 미친 듯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거실에 있던 키보드를 들더니 이것들을 모두 팔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가 약을 더 살 수 있게 콜 더러 도와달라 말했다. 콜이 다그치려 할수록 P는 더 간절하게 애원했다. 콜은 하릴없이 키보드와 잡동사니들을 싣고 P를 따라갔다. 싣고 온 물건들을 다 내놓은 P는 손에서 반지를 빼 가게 주인에게 내밀었다. 콜은 놀라서 물었다. “지금 제정신이야?” 물론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콜은 더 이상 그곳에 서 있을 수도, 지켜볼 수도 없었다. P는 약혼반지를 단돈 20달러에 팔아버렸다. 콜은 가게 밖으로 나와 주저앉아서 한참을 울었다.


며칠 후 콜은 P가 집을 나간 사이 모든 짐을 정리하고 아파트를 떠났다. 처음에는 P가 콜이 떠난 콜로라도로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P는 금단현상을 참기 위해 거의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계속해서 콜의 계좌에서 돈을 꺼내 마리화나를 샀다. 콜이 함께 할 미래를 이야기할 때도 끊임없이 핑계를 댔다. 하루는 P가 집에서 남은 짐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는 역에 P를 데려다주었다. 백미러로 떠나는 P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콜은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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