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N잡러 내 남편

by sooq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가게 앞에 큰 탑차가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가게에 필요한 물건들을 탑차에서 꺼내 나르고 있었다. ‘나도 저 일 한 적 있는데.’ 콜은 종종 나도 저 일을 했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너무 자주 그러는 바람에 나는 그가 하는 말이 진짜 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은 일을 했다는 게 가능한가?


오늘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노란 튤립을 샀다. 나는 콜에게 먼저 선수를 쳐서 물었다.

“나 네가 튤립보면서 무슨 말 할지 안다. 또 튤립공장에서 일했던 얘기 할거지?”

콜이 고개를 끄덕였다. 꽃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장 안은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새벽 두시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비깥 공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그는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보면서 초콜렛 공장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한다. 카지노 내 레스토랑에서 하루종일 설거지를 하고 너무 피곤해 집으로 돌아오면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던 이야기도 이미 네 번 정도 들었다. 온몸에 지워지지 않는 기름진 음식 냄새가 가득한채로. 부지런히 일을 했는데도 붙임성이 없어서 대부분의 상사들은 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별 이유없이 자주 해고 되곤 했다. 차가 필수인 미국에서 콜은 밥을 먹어야 할지 기름을 넣어야 할지 종종 고민해야 했다.


그때가 2014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24살 이었다. 콜은 오래 살던 곳을 벗어나 북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던 때. 나는 밴쿠버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다시 본교로 돌아왔고, 해외 여행에 막 흥미가 생길 무렵이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기이하다. 종종 콜을 보면서 평생 나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 그 날 하루 런던에서 우리가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각자 지구의 작은 점(?)으로 각자의 인생을 살았을. 우리가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각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 하며 시간을 거스르고 있노라면 이 인연이 더 소중하고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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