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질적으로 압력 속에서 태어난다. 어머니의 자궁은 생명이 감당해야 할 최초의 압력 용기이며, 세상에 나오는 순간 우리는 대기압이라는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무게의 바다에 온몸을 담근다. 우리는 매 순간 1제곱센티미터당 약 1킬로그램의 힘으로 짓눌리고 있지만, 그것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 몸 내부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외부의 압력과 정교한 평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존재한다는 것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힘들과의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 위에서만 가능한 기적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 도시의 삶이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은 종류가 다르다. 그것은 물리적인 무게를 넘어 형언할 수 없는 영혼의 중력으로 다가온다. 마감일의 압박, SNS 속 타인과의 비교, 끝없는 경쟁의 소음,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나’가 되어야 한다는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 서서히 숨구멍을 잃어간다. 내면의 힘은 고갈되고, 외부의 압력에 짓눌려 존재의 형태마저 일그러진다. 균형은 깨지고, 우리는 이유 모를 패배감과 우울 속으로 가라앉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이버가 온몸으로 겪어낸 ‘발밑의 세계’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곳은 압력이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해야 할 환경의 일부임을 가르쳐주는 정직하고 거대한 교실이다. 수심 10미터를 내려갈 때마다 1 기압씩,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온몸을 짓누르는 그 힘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기만도, 허세도 부릴 수 없다. 다이버는 그곳에서 오직 순응하고, 적응하고, 마침내 균형을 이루는 법을 배운다.
다이버가 처음 수압의 실체를 느끼는 순간은 거대한 손이 머리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쥐어오는 느낌과 같다. 무시하고 더 내려가려 하면, 귀 안쪽에서부터 날카로운 통증이 시작된다. 바로 그 순간, 다이버는 지상에서의 습관을 버려야 함을 깨닫는다. 고통을 무시하고 돌파하는 대신, 멈추어 서서 코를 쥐고 숨을 부드럽게 불어넣는 행위, ‘이퀄라이징’을 시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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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