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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Aug 24. 2022

고추 농사 덕분에

처음해본 고추요리


초여름부터 알차게 먹었던 텃밭을 정리하였다.

그럼에도 고추는 9월 내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아직 그대로 놔뒀다.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잘 자라준 고추나무는 신기하게도 한 달이 지나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다 자란 고추를 따지 않고 놔뒀다.

간혹 한 두 개씩 매운맛이 된다.


'난 분명 청양고추를 키운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맵지?'


인터넷에 검색하자 고추도 날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리고 오래 놔둬도 매워진다고 한단다.


여하튼 잘 자라준 고추 덕분에, 몇 번을 따서 가족들과 지인들 만날 때면 나눠주었다. 고추 밭이라고 하기에는 고작 꽈리 세 그루, 고추 세 그루가 전부인데도 말이다. 성장기에 특히 3, 4일에 한 번씩 따야 할 정도로 잘 자란다. 2인 가구에서는 양이 많을 수밖에.



한 번에 수확하는 양.



장마 이후부터 고추에 하얗고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하고 검색하자 '노린재'라고 나온다. 고추에 즙을 빨아먹어 생장을 방해하는 해충이다.


처음 몇 마리가 보일 때는 상관없었는데, 이파리 다닥다닥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부화해서 수십 마리가 징그럽게도 모여있다. 그 이후로 유독 그 나무만 시들시들하다. 놔두면 다른 고추나무에도 영향을 준다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고추나무에도 조심조심 농약을 뿌렸다.


해충약을 고추에 직접적으로 뿌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찝찝한지라 물에 담갔다가 깨끗하게 헹궈서 먹는다.

하물며 집에서 먹으려고 키우는 고추도 이런데,

마트에서 파는 건 오죽할까 싶다. 그 이후로 귀찮더라도 세척해서 먹는 습관을 가진다.



따긴 땄는데 뭘 해 먹을까 고추요리를 검색해본다. 내가 직접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 절대 해보지도 못했을 요리들이다. 마트에서도 양파나 당근과 같은 채소는 구입해도 고추는 사볼 일이 거의 없으니까.


꽈리고추 찜과 고추무침. 비주얼은 이래 봬도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해 밥도둑이다. 고추에 된장과 참기름을 넣고 무친 고추무침 역시 반찬으로 먹었다.



그래도 넘쳐나니까 아예 고추장아찌를 만들었다.

내가 장아찌를 만들 줄이야.


'어라 근데 생각보다 쉬운데?'


간장과 식초, 물을 넣고 살짝 끓이기만 해서 부어주고 실온에 하루 숙성한 다음 냉장고에 숙성한 게 전부이다. 이렇게 만든 장아찌는 고기 먹을 때마다 함께 먹을 귀중한 반찬이 되었다. 


이외에도 꽈리고추 멸치볶음은 워낙 자주 해 먹는 반찬이다. 그리고, 찌개나 볶음 요리마다 고추를 항상 넣어먹어 요리가 매콤해졌다.  부침요리나 계란말이에도 고추를 넣으면 특유의 알싸한 맛이 돈다.


'아, 이래서 요리할 때 고추를 넣는구나' 


결혼 1년 차인 살림 초보라, 아직 요리에 걸음마 단계랄까.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아무튼 이렇게 해 먹는데도 고추가 아직 냉장고에 남았다. 게다가 텃밭에는 계속해서 고추가 자라고 있다.

고작 씨앗 6개가 커서 이렇게 많은 채소들이 나오다니 자연은 인간에게 참 많은 것들을 준다.


고추를 키운 덕분에 해충을 보고 놀라지 않는 담력을 얻었고, 세척법과 고추요리, 그리고 매운맛을 배웠다.

진정 고추를 기르며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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