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0. 자아초월 심리학 석사 과정의 첫 학기가 끝났다. 여전히 내 안의 성적 집착력은 꿋꿋이 건재했다. 전 과목 A, 100점 만점. 오랜만에 학문에 몰두하면서, 제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 아직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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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나 2학기부터는 조금 다르게 가고 싶다. 가볍게, 유영하듯. 이미 석사 과정이라는 거대한 배에 올라탔으니, 이제 바다의 흐름에 맡겨보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교수님의 한마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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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수업 시간,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교수님은 나를 꿰뚫어 보셨다.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질주하는 내 경향을 알아채신 것이다.
3. “목적의식이 강하면 오히려 긴장하게 됩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내게는 특히 ‘건강’이라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내 몸과 마음은 충분히 건강한데도, 나는 끊임없이 건강을 살핀다. 몸과 마음의 건강, 전방위적인 균형, 그리고 노화와 죽음 사이의 실존. 나는 늘 이런 것들에 사로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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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수님의 비유가 기가 막혔다. 예컨대 부산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KTX에 몸을 실었다면, 그 기차가 알아서 목적지에 데려다줄 거라고 믿으면 그만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저 지금의 이 여행을 즐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 기차가 정말 부산에 가고 있는 걸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면, 여정은 긴장감과 불편감으로 채색된다.
5. 우리는 흔히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교수님은 오히려 목적을 너무 의식하지 말라 말한다. 가야 할 방향을 정했다면,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두라고. 자꾸 점검하고, 염려하지 말고.
6. 애쓰고, 애씀을 찬양하며 신봉하는 시대는 끝났다. 과정을 신뢰하고 향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