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일상 속 균형

다시 수련해 나가기로 한다

by 문인선
The Yoga Barn, Bali


지난 6월에 다녀온 여름 휴가 직전에
나는 거의 번아웃 상태였다.
아침 저녁 체력적으로 너무 소진되었고
우울감에 가까운 무기력증이 나를 잠식했다.
특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대상, 나를 화가 나게 한 대상에게 뭐라고 쏘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발리로 떠났다.


발리는 6월의 나에게 완벽한 휴가지였다. 우붓 시내에 머물며 아침엔 요가, 오후엔 수영을 하거나 스쿠터를 타고, 저녁엔 시내를 걸었다.
여행 첫날 밤 들른 바에서 화가 사장 아저씨가 내 손등에 덩쿨 그림을 드로잉펜으로 그려준 그때부터
부적처럼 마법같이 모든 화가 녹아내리며 감각이 말랑해지기 시작했다.

Bar Cawang, Bali - 낮에는 스튜디오에서 그림를 그리고 밤에는 바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사장님이 있던 곳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매일 들른 요가원의 수련 시간을 떠올린다.
비가 와도 부지런을 떨며 침대에서 일어나 걷던 좁은 골목을 떠올린다.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어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박자씩 기다렸다가 뒷줄에 앉은 유럽 몸짱 아저씨를 슬쩍 보고 동작을 따라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차투랑가, 코브라, 다운독- 을 반복하던 사이, 스콜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떠올린다.
후두둑 수풀을 헤치며 굵게 떨어지는 빗방울.
거울과 벽이 없는 넓은 2층 정자, 나무 바닥의 요가 스튜디오에서
사바아사나로 누워 가만히 빗소리를 듣고 있던 설레고 안정된 마음을 떠올린다.


호흡-

생각해보면, 한국의 요가 학원에서도 선생님은 늘 호흡을 강조해왔다.
호흡에 집중하지 않고, 남들의 동작을 보거나 체중이 줄지 않는다는 불만에 집중하느라 요가가 점점 싫증이 나고 있었다.


내 마음 탓이다.
나의 호흡을 인지하고 있으면, 서둘러 앞서 나가는 감정을 붙들 수 있다. 감정에 쉽게 이끌리지 않을 수 있다.
잠시 있던 휴가지에서의 요가 시간에 다시 깨달았다.
내 마음의 문제.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는 순간.
내 호흡에 다시 집중하면, 순간의 감정에 좀더 놓여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수련해나가기로 한다.
호흡, 일상 속 균형.

은 개뿔-

에이씨- 오늘도 망했다-
이번 주도 망했다- 에이씨-
대체 언제 마음의 평화를 찾는거냐-
아, 이제 진짜 이 못난이 성질대로 살아야 하는 건가.........




2018년 8월 여름


The Yoga Barn,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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