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철 일기
인사명령이 뜨는 날 아침이었다.
나는 7개월 차 신입사원이었다.
매장을 오픈하고 나서였다.
10시 40분쯤 되었겠지.
대리님은 9년 차 대리였다.
과장 진급 재수생이었다.
후다닥 3층 사무실에 올라온 그가
서두르며 컴퓨터를 켰고,
나도 급히 따라 올라오며
잠시 기도를 했다.
휘리릭- 마우스 휠 소리가 멈추고.
그가 왼쪽 가슴에 달려있던
쇠 명찰을 잡아채
책상 모서리에 탁 던지고
사무실 밖으로 후다닥 나가버릴 때
그때 생각했다.
내 기도가 너무 가벼웠구나,
더 간절하게 기도했어야 했는데.
수능 전날처럼
취업 준비하던 매일처럼.
그때는 몰랐다.
진급이, 진급 누락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날의 하루를, 한해를
송두리째 휘두르는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그래서 그다음 해는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사수의 진급만을 바랬다.
저런 사람이 과장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 차장님이
그날처럼 쇠 명찰을 탁 소리 내며
책상에 던지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멀리서
여전히
기도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그가 항살 잘 나가면 좋겠다.
보고 싶다, 우리 딸기 아저씨.
그립다, 그 시절 신입사원 문인선과 우리 대리님.
201811
연말 인사철,
한창 싱숭생숭하던 작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