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그릇의 크기 때문인가
음주전후 숙취해소를 빠르게!
헛개 컨디션 뚜껑을 딴다.
다음날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매번 4,500원을 주고 이 녹색병을 사먹는다. 여명 보다는 훨씬 맛있으니까.
그리고는 늘 술에 취하면 시작되는 자기 자랑, 자기반성으로 술자리를 메운다. 타인에게 얼마나 재미없는 시간일지 잘 알면서.
늘 시작한다.
나는 나의 8년 전을 떠올린다.
내 나이 스물여섯. 지금 이 전 회사에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던 그 해, 2010년.
그리고 나의 사수, 열 살 차이가 나던 나의 사수, 김철기 대리를 떠올린다. 김철기 대리와 나 사이에는 중간에 두 명이 있었지만, 둘 다 어쩐 일인지 내가 들어오기도 전에 퇴사를 했다. 그러니까 나는 사수,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까마득한 선배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중간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국표 대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6개월이나 둘이서만 일해야 했다.
오전 9시 30분 출근.
오전 10시 30분. 스티븐 바라캇의 플라잉에 맞추어 했던 우리의 인사. 맞이, 중간 응대, 퇴점 시의 인사.
그 음악에 맞추어 내가 꿈꾸었던 나의 미래를 떠올린다.
오전 10시 40분.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그의 뒤꽁무니를 쫓아 갔던 편의점에서 늘 반복되던 솔의 눈 한 캔, 레쓰비 한 캔.
“요즘은 어떠냐? 힘든 건 없어?”
하고 묻던 그의 질문.
그 반복되던 매일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우리 대리님, 우리 차장님이 알기나 할까.
차장님을 본사로 보내고, 맞이한 수십번의 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취한 정신에도, 말짱한 정신에도 그와 내가 매일을 반복하며 보냈던
솔의 눈, 레쓰비. 요즘은 어떠냐, 힘든 것은 없어?
하고 묻던 그의 피곤한 표정을 떠올린다. 그래도 성실한 그의 질문을 떠올린다.
나는 김철기 대리와의 1년 때문에 이 모든 시간을 버티며 지내고 있으면서
내 후배에게 김철기 대리처럼 해주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반성한다.
그와 지냈던 7개월로 이 회사를 꾸역꾸역 8년을 다니면서, 내 밑으로 들어온 후배에게 나는 과연 그 만큼의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는건가.
왜 나만 받고, 베풀지 못하는가, 하고 자책한다.
각자의 그릇의 크기 때문인건가.
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김철기 대리, 김철기 차장이 생각이 나서 죽겠다.
나의 잣대 같은 사람.
내 회사 생활의 표준 몸무게 같은 선배.
그렇지만 그 그릇의 크기만큼 되지 않아 자주 자책하게 만드는 그 선배가
요즘 부쩍
자주 보고 싶다.
201710
#mooninsun
#그리고요가하는일상 #꾸준한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