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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Mar 28. 2019

다윈 에코시스템

보르도 대안문화공간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자본주의적이고 조금 더 생태적으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천상 도시인-어디든 잘 연결된 대중교통, 문화예술공간의 기회,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각종 상점들이 가까워야 하는-의 삶에 익숙한 나에게는 '생태적''재생적''협동조합' 등등의 말이 오히려 더 많은 재화를 지불해야하는 대안이자 뭔가 좀 유난스러운 몸부림같이 느껴지곤한다. 괜히 체화되어있지도 않은데, 있어보이게 유행따라가는 것 같은건 싫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플라스틱은 쓰기 싫고, 자전거 타고 다니고 싶고, 뭔가 재활용해서 쓱쓱 만들어쓰며 살지 못한다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게 있다. 아마 '대'도시인들은 다들 비슷한 생활 혹은 고민을 할 듯. 여튼 환경친화적 삶 지수는 제로이면서도, 공동체 지향적인 삶 실천지수는 제로이면서도 늘 그 감각은 유지하고 싶은 이 양가감정. 


각설하고,  도시인들의 이런 고민을 담고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낯선 도시에 여행가면 재생(!) 공간을 찾아다니곤 하는데, 프랑스의 중소도시들, 특히 젊은 인구가 많고 일정 정도의 소비 수준이 되는 도시들은 공공의 차원에서 이런 공간을 고민하는 흔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좋은 기후와 와인 산업으로 일찍부터 부를 축적하고, 규모가 큰 대학 도시이기도 한 보르도. 

보르도의 이미지는 럭셔리하고 예의를 잘 갖춘 이미지, 어쩌면 지루하고 뻔한 느낌의 정치인 같았는데,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삭막한 공장 건물이 밀집된 재건축 지역에 자리한 다윈 에코시스템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름은 다윈이고, 외벽에는 원숭이? 침팬지? 그림 가득!!


흉물로 변해가던 연병장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으로, 내부에는 코워킹 스페이스, 작가들의 작업실 및 전시공간, 소규모의 야외 공연장, 벼룩시장, 자전거 폴로, 스케이트 보드 공원, 유기농 식료품 점, 도시 농장등이 있다. 일관성 있는 구성보다는 에코시스템이라는 컨셉을 표방하는 일종의 커다란 놀이터같다. 날씨가 좋지 않은 때라 아직 야외 이벤트 시즌은 아니었지만, 열린 아틀리에를 방문해 작업을 구경할 수 있었고, 점심시간에 맞춰 밥먹으로 모인 동네사람들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작업장이나 자전거 수리 공간,  새로운 생산 시스템과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플랫폼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원시적인 작업장 
식당과 친환경 식료품점

우리가 도착한 점심 시간에는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나 가족단위로 산책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싸온 도시락이나, 다윈 안에서 파는 간단한 점심을 먹기도 했다. 휑한 동네인데 어디에서 다들 모여들었나 싶게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찬 점심 식당의 북적북적한 모습이다.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흔적



/공간의 역사

1874년 12월 5일, 보르도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군대조직을 한 공간에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에서 이 일대의 땅을 매입한다. 185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기존 건물 두채는 포병대와 물자관리군을 수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 군 중앙 상점 Magasin central du service », « 전쟁 일반 상점 Magasins généraux de la guerre », «군 일반 상점 Magasins généraux militaires », « 피복 및 야영 상점Magasin général de l’habillement et du campement », « 피복 상점Magasin d’habillement »등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 부지의 배후에 1877년 니엘 연병장과 주변의 건물들이 완성되고, 18번째 공군병력과 비행장을 갖추었다. 이 연병장은 많은 병력을 수용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 두번의 전쟁과 한번의 점령기간을 겪게 된다. 그 구역은 <니엘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다윈-에코시스템의 시작

2005년 군대들이 떠나게되고, 니엘 연병장의 광대한 공간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핫스팟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사이 <상점> 건물은 Bastide Niel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요 철거 대상이 된다. 상점 파괴의 위협에 맞서, 에볼루션 Evolution 그룹이 지역 수민들과 단체들을 동원해 2009년 시와 협상에 돌입하게 되고, 북쪽 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대한 매각을 진행한다. 

부지를 매입한 에볼루션 그룹은 다윈이라는 공간을 구상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한다. 2014년 상점의 남쪽의 리노베이션에도 돌입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19세기의 문화유산인 상점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지역적 특징

보르도 지역 내에서 위험한 동네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던 강의 오른쪽 바스티드 지역에 위치한다는 점과 리노베이션과 정착의 과정에서 이 구역의 '작고 다양한'사람들의 참여와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도시의 통합과 다양화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공간의 목적

다윈-에코 시스템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에 맞서 대안적인 경제모델을 만들고 실제 도시인들의 일상의 패턴에 영향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협동경제, 생태적 전환, 대안적인 도시인의 삶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모토로 삼고있다. 


/어떻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업공방. 소비보다는 고쳐서, 만들어서 쓰는 소비 생태계를 구축하고자한다. 그래서 하이테크보다는 로우테크로! 그런 연장선에서 벼룩시장이나 작업 공방, 수리장 등을 마련해두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한다. 




https://darwin.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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