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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Nov 09. 2017

기술과 예술_히스토패드

증강현실 기반 비디오 가이드

프랑스에 있는 수많은 문화유적지들은 프랑스 역사에 무지한 외국인에게 별 감흥없는 공간이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경복궁을 걷는 외국인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겉으로는 멋있고 뭔가 유서깊은 공간이긴 한데, 그냥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일 뿐. 프랑스의 국립 문화유산 관리국에서도 아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은 이들이 문화유산을 함께 향유하게 되기를 바라는 뭐 그런 고상한 목적의식 같은 것.

그리하여 가장 변화가 급격한 기술 분야 중 하나인 증강현실이 가장 안변할 것 같은 공간인 박물관/미술관에 도입되었으니 이름하야 히스토패드이다. 특히 콩시에주리의 경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띄는 장소인데, 특히 프랑스 혁명기에 감옥소로 사용되면서 시민혁명의 주요 무대가 된다. 공간이 워낙 휑하기도 하고 남아있는 물품이나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따라서 프랑스역사를 잘 모르면 그냥 돌로 된 왕궁건물일 뿐이라는 사실.


몇달 전부터 콩시에주리에 붙어있는 광고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사용해 볼 기회가 생겼다. 6개국 언어로 지원되며 콩시에주리의 경우 6.5유로이다. 이곳 뿐 아니라 고성이나 역사적으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문화유산들에서 히스토패드를 도입한 모양이다. 평소에는 텍스트로 된 안내문은 꼼꼼이 읽지만 오디오 가이드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관람할 때 자꾸 흐름이 끊기고 뭔가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나만의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장소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기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히스토패드를 대여해 보았다. (잘 쓰지않는 장르인 기계 사용후기글이 되시겠다.)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공간이 쫘잔 이렇게 바뀐다. 전에 이곳은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곳. 테이블과 의자가 홀을 꽉 채우고 있다
콩시에쥬리라는 건물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쓰임으로 바뀌었는데, 기사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고, 왕궁이기도 했고 혁명군들을 주둔지이기도 했다. 역사에 따라 개조된 건물에 대한 설명


일단, 루브르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닌텐도랑 비슷하게, 뭔가 게임하는 기분이 들게 설계되었다. 히스토패드를 들고 이동하면 내가 있는 지점의 위치를 기반으로 QR코드 비슷한 것을 찍는 지점이 나온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가까이 가면 히스토패드가 알림을 준다. QR코드를 맞춰 찍으면 내가 보고 있는 공간의 과거 모습이 패드에 나타난다. 그리고 돋보기 아이콘을 누르면 각각의 공간에 있었던 물건이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동영상으로 공간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기도 하고, 각 방마다 보물이 하나씩 숨겨져 있어 뭔가 차곡차곡 그 보물을 모으는 재미가 있다. 특별한 상품이나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나, 한번 시작하면 다 찾아야 찝찝하지 않은 성격상 미션 클리어했다.


일단 4유로라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했고, 출시 이벤트로 몇주간 할인하는 바람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패드에 얼굴을 묻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역사에 대한 교육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나라이니 히스토패드는 잘 이용될 것 같다. 특히 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줄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효과가 높을 것 같다. 지루한 콩시에주리라는 공간이 즐길만한 공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마리앙투아네트가 갇혔던 감옥 이상의 '히스토리'를 알게되었다.



스토리텔링은 아쉽다. 지금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수준이지만, 관련된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을 보강하면 훨씬 수준높고 재밌는 문화유산탐험 가이드가 될 듯하다.  문득 한국에도 이런 비디오가이드가 존재하는지 궁금, 아직 없다면 궁전의 삶을 소재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비디오 가이드를 출시해보는 것도 앱개발자들에게 뿌듯한 작업이 될듯. 이상, 기술의 ㄱ도 모르는 자의 기계 사용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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