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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Jan 21. 2019

<환영받는 사람>, 환대에 대하여

Persona grata @ MAC VAL

MAC VAL은 파리의 남쪽에 있는 Val-de-Marne에 만들어진 현대미술관이다. 대도시인 파리에 집중된 예술문화 공간을 상대적으로 이민자들과 노동자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계획적으로 배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접근성 때문에 자주 가보지는 못하지만, 주목 할만한 전시를 많이 여는 곳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현대미술과 관련된 자신들만의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파리에서 워낙 걸출한 (미술사의/클래식한) 작가들의 큰 전시가 많아 조금 미루어두었는데, 이번주가 마지막 주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이민사 박물관'과 'MacVal'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동일 주제로 두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Persona greta'라는 제목은 라틴어로, <환영받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뜻 환영받지 못할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전시는 노골적인 제목에 걸맞게 동시대인들의 유목적 삶, 그리고 환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시이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되는 것에 비해 그것을 물질성이 있는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면 뭔가 너무 선동적, 교훈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설득력있게 기획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한편으로는 교조적인 논조를 피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상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타자화의 전략도 피해갔다. 유목적인, 유동하며 부유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동시대 우리 모두의 화두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잘 정돈되고 잘 선택된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품 수도 워낙많고 각각의 작품이 이야기를 품고 있어 좀 방대했는데, 인상적인 몇 작품들을 기록해둔다. 


모나하툼. suspendu (2010) 

매달린 suspendu 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베이루스에서 태어나 전쟁을 피해 프랑스에 정착한 모나하툼(1952)의 작품으로, 60년대 바디아트와 페미니즘 퍼포먼스를 이끌었던 그녀가 2000년대 이후로는 지역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도 작업에 매진한 시기의 작품이다. 매달린 그네의 받침 부분은 전 세계의 도시들을 지도로 새겨놓았다. 파리에 사는 내 눈엔 파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도시들은 부유하고(flottant), 흔들린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근대'와 공명하는 작품. 




김수자, 보따리(2007-2009)

노마드 작업의 대표주자 김수자의 작품이 전시의 대표이미지로 사용되었다. 그녀는 마크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그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따리를 실은 트럭을 타고 비트리 쉬르 센에서 파리를 가로지른다. 그녀의 저 정면으로 바스티유의 기념탑이 곧게 서있다. 이 퍼포먼스는 체류증 없이 살아가던 이민자들의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벌였던 18구의 성베르나르 성당까지 이어진다. 자유의 상징탑인 바스티유와 현재에도 여전히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공간을 부유하는 상징적인 작업이다. 


first generation , 2004-2006

여전히 우리에겐 낯선 공간인 스톡홀름에 이주해 사는 이민자 1세대들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작품이다. 이들에게 작가는 스톡홀름에 정착해서 잃은것. 얻은 것에 대해 질문했고,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인 이유로 북유럽에 정착한 이들이 답한 내용을 글로 써서 프린트한 작품이다.



프랑스 자유의 상징인 마리안느가 죽은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그녀의 가슴 앞으로는 아마도 죽은 이들의 시체를 상징하는 뼈들이 놓여있고, '인권을 박탈당한 이들을 추모함'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다.  

이란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이 된 가젤의 작품으로 자신의 개인사를 담고 있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는 프랑스 남자를 찾는다는 (첫번째 사진) 광고를 패러디한 작품 세개를 만들었고 국적 취득후에는 프랑스 국적을 가진 여자로서 결혼을 제공한다는 공고이다. 마치 일자리 광고를 패러디한, 국적 취득과정의 험난한 개인사를 블랙코미디 스러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살고있는 작가의 프랑스 친구를 섭외해 만든 '향수병'에 관한 작품. 프랑스 출신의 미국에 사는 회사원이 퇴근후 건물의 옥상에 앉아 낡은 축음기에 프랑스 음악을 흥얼거린다. 유럽인들의 시선으로 본 비유럽인이라는 시선을 탈피한, 신선했던 작품. 



마크발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연두 작가, 천경우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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