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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Nov 29. 2019

거미줄도 예술이 될 수 있나요?

토마스 사라세노, On Air @팔레드도쿄

'지구에서 온 사람' 으로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토마스 사라세노(b.1973, 아르헨티나)는 2018년 팔레 드 도쿄에서 마련해 준 ON AIR 전 에서 '지구인'의 눈으로 바라본 다른 세계를 유감없이 펼쳐놓았다. 


동시대 예술가에게 부여된 또다른 이름인 새로운 세계와 그 세계를 탐험할 만한 장치를 고안해내는 '발명가'라는 작위가 토마스 사라세노에게 잘 어울린다. 전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거미의 시선에서 시작해 카메라를 줌 아웃하며 마지막에는 망원경으로 관찰한 우주를 전지적 시점으로 훑는다. 그리하여 우리를 저 멀리 부유하는 우주인의 시선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의 세계는 시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았던 그 거미의 세계를 오감을 사용에 이동하게도 만들고, 소리로 듣고 보고 만지도록 한다. 





http://onair-online.com/map.php


토마스 사라세노는 예술과 건축, 생물학, 천문학, 물리학, 항공우주학, 재료학등의 다양한 학문분과를 넘나들며 지속적이고 치밀한 수치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예술가이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만의 '연구'에 의해 창작을 하겠지만, 세라세노에게 있어 이 연구란 자신의 직관적인 아이디어에 형태를 부여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장르와 매체를 넘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물질적 탄생과 거주가 자연으로서의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늘 상기시킨다. 이번 개인전은 사라세노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기획으로, 예술가이자 연구자, 과학실험가로서의 면모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WEBS OF AT-TENT(S)ION (2018)

서로 다른 종의 거미들을 이용해 3차원 조각을 만들어냈다. 아니 만들어졌다. 이 독특한 하이브리드의 줄들은 건축적인 구조들을 조직해낸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협동, 종들간의 다양성등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다. 

우리집 벽에서 나오면 소리를 지를만한 크기의 거미들이 조명을 다 끈 전시장 안의 어둠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집을 건축하고 있다. 여기 전시장의 안전요원들은 어둠 속에서 관람자들의 길을 안내해야 할 뿐 아니라, 적당한 습도 유지를 위해 분무기를 들고 물을 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광활한 우주의 미세한 필라멘트들이 그들만의 리듬을 가지고 공명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참고로 이 거미들은 팔레 드 도쿄에 이미 상주하고 있던 분들이다.  

AEROCENE FLOAT PREDICTOR, 2018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aerocene 연작도 주목할만하다. 공기가 꽉 찬 풍선을 매달아 놓은 실 아래로 연필을 매달아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움직임의 파동이 풍선을 이동시킨다. 자연스럽게 풍선에 달린 연필이 아래에 종이에 낙서를 한다. 그 낙서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지도같다. 세라세노의 미래의 모빌리티에 대한 고민이 잘 녹아진 작품. 


이번 전시 작품들의 레퍼런스가 된 책들이 빼곡하게 놓여있다. 


ALGO-R(H)I(Y)THMS

알고리즘 혹은 알고-리듬. 센스있는 제목과 스펙타클을 모두 갖춘 이 설치는 팔레드 도쿄의 큰 한전시장을 이용한다. 정해진 인원이 10분정도 체험해보도록 마련되었는데, 튕기는 줄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다양한 동식물 종이 공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거주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업들

/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기구를 목표로 2015년 태양열 에너지로 가장 오랜 비행을 지속해 신기록을 달성했던 과정에 대한 아카이브들 (에어로센, 2015의 구상, 스케치)

/ 거미키우기 콜렉션: 실제로 작가는 7천여마리의 살아있는 거미와 거미집을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선보인 적이 있다. 생명체가 스스로 자급자족을 통해 만들어내고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공기중에 흩어져버리는, 대안주거형태로서의 최고봉 거미집!이라는 신선한 발상. 그것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해냈다. 

/거미가 줄을 만들어가며 내는 음파, 먼지와 바람의 앙상블로 만들어낸 '우주' (아라크노 콘서트)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 덕분에 오감이 즐거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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