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Momentum@유럽사진미술관(MEP)
유럽사진미술관에서 JR에 관한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프랑스의 제도권 기관 안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고한다. 몇 년전 (아마도 2015년?) 페로탕 갤러리에서 꽤나 큰 규모의 아카이브 '사진전'에서 그의 작업을 좀 더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몇 년 사이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작가가 된 것 같다. 그 명성에 걸맞게 제목도 Momentum 이다.
JR은 (원래) activiste urbaine/ performer로 많이 소개(되곤했다)된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작업과 전시를 하는데, 주로 빈민가나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들을 찾아가 건물의 벽 일부를 캔버스로 하여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해 붙이는 작업을 한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해오는 작업이다. 아카데미 교육을 받지 않은 JR의 시작은 우연히 파리 외각 지역의 기차 종점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카메라를 습득하면서 부터다. 그 카메라로 자기가 사는 동네와 주변에 보이는 황량한 도시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다.
자신이 살았던 동네의 철거 건물에서부터 시작된 작업은 작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올림픽 당시, 브라질의 해안 마을에 바다로 다이빙하는 수영선수의 이미지로 전세계에 중계되기도 했다. 작업은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설치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지거나 철거될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JR은 스트리트 아티스트 혹은 도시의 활동가로서 명명하되) 길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의 작업이 가진 정치성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이제 그의 작품은 미술계 안으로 완벽히 들어온 것 같다. 제도권에서 그의 스펙터클 한 작품을 받아들일 때는 일단 가장 먼저 어떻게 그의 작업을 미술관에서 '잘' 정돈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거대한 벽을 떼 올 수도 없고, 그 공간으로 직접 갈 수 없으니, 그의 작업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나 사진들을 통해 아카이브화 한다. 이런 아카이브 작업은 JR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아이디어를 널리 '알리고','소개하는데' 유용하다. 그리하여 현재 MEP 에서 볼 수 있는 작업들은 마치 미니어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동일한 이미지를 더 축소하는. 그렇기 때문에 도시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대신,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되어버렸다.
그의 작업이 가진 흥미롭고 톡톡 튀는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아트의 스펙터클화를 보여주고야 마는 이런 식의 전시 방식 변화는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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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페로탕 갤러리에서 3월 초까지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진화하는 스트리트아트와 전시 방법에 관한 좋은 예를 볼 수 있을 듯.
https://www.perrotin.com/exhibitions/jr-unveiling/6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