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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고, 치고, 달리는 여성들

이수진 광주 스윙이글스 (여성 사회인 야구단) 선수

by 미지의 세계

* 2019년 대한민국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야기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지영’이 던진 위로와 그에 따른 분노, 그리고 정확히 그의 반작용으로 탄생한 일명 ‘90년생 김지훈’ 서사가 얽혔다. 그래선지 이수진 씨는 인터뷰 요청에 걱정부터 드러냈다. “저희가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남성 사회인 야구단’ 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연습 장소를 못 구할 때도 많이 애써주셨어요. 그런데 혹시나 저희가 ‘남자보다 야구를 더 잘한다’ 든지, 뉘앙스가 전혀 다르게 나가면 너무 난감해서요… 저희는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거거든요.” ‘82년생 김지영 담론’ 중 하나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줄은 알지만, 그 담론이 성대결로 쉽게 번지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너무 이해가 돼서 굳은 약속을 했다. “약속할게요. 그냥 선생님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할게요.” 사회인 야구단의 경기만 열리는 무등경기장에서, 광주스윙이글스 이수진 선수를 만났다.


2019. 11. 1. 방송


(앵커)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부딪혀 온 여성들의 삶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화제를 모으면서 편견에 맞서는 여성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광주에는 남성들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야구를 취미로 즐기는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 있는데요. 광주 스윙이글스 선수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미지 뉴스리포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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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등 경기장에서 광주 스윙이글스, 이수진 선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Q. 우선 시청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직접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를 하는 광주 스윙이글스 여자 야구단 2루수 이수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야구선수로 지내고 계시다고요. 언제부터, 어떻게 야구를 하게 되셨나요?


A. 저는 2005년부터 야구를 처음 알게 돼서 입단을 하게 됐고요. 여러 가지 운동들도 경험해보고 생활의 활력소를 찾아보려다가 야구를 알게 된 케이스인데요. 저희 팀원들 대부분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입단한 케이스고요. 제가 약간 독특한 케이스이긴 합니다.


Q. 그러면 '취미로 야구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A. 십중팔구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반응들이 있어요. 특히 여자 야구단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놀라하시는데요. 야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다소 신기해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야구를 계속 하게 된, 야구의 매력은 뭐였나요?


A. 단체운동에서 느껴지는 그런 팀워크가 있는데요. 특히 제가 보고 있는 2루수에서는 제가 좀 볼을 놓치거나 실수를 했을 때는 뒤에 있는 중견수라든지 옆에 있는 유격수가 달려와서 같이 공을 잡아주고 하는 그런 게 있거든요. 그랬을 때는 내가 좀 실수를 해도 나를 보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런 든든함과 또 저희 팀이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다양한 삶의 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을 만나는 것들이 너무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Q. 경기를 하면서 짜릿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으세요?


A. 외화로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라고 하죠. 그 중간에 떨어지는. 그것을 뒤쪽으로 이렇게 잡아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아웃시켰던 경험이 가장 짜릿했고, 가장 안타까웠던 경험은 처음으로 홈런이라는 것을 경험해봤는데 주로 여자 야구의 홈런은 그라운드 홈런이라고 해서 달려서 홈까지 들어가는 홈런인데 그게 3루 베이스를 밟지 못해서 아웃되는 경험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아픔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정말 누구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고민이 되시겠어요?


A. 작년과 올해 광주여성재단을 알게 돼서 소모임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가장 흥미롭게 얘기했던 것은 구단의 마스코트 이야기였는데요. 주로 대표적인 마스코트들은 남성형을 많이 취하고 있고 보조적인 여자캐릭터들은 스토리텔링된 것이 부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대중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프로야구가 조금 더 성평등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


A. 야구라는 운동이 조금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 가장 큰 것인데요. 생활체육계에서 어떻게 하면 여성의 범위도 넓힐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팀원 모집은 항상 상시 모집으로 하고 있어서 주말 동안에는 야구경기가 없는 동안 연습을 하니까 많은 분들이 놀러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수진 야구단.jpg

*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무등야구장을 한번 둘러보며 “야구장이 참 좋네요” 말했다. “여기 그라운드는 처음 들어와보시는 건가요?” 하니까, 그렇다고 했다. 여성 팀들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공식적인 경기가 없기 때문에 무등경기장에 선수로서 설 기회가 없다는 거였다. 그래도 광주나 다른 지역의 여성 사회인 야구 팀들과 교류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같이 운동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비췄다. 방송에 나갈 땐 자료화면으로 과거 허지은 감독이 촬영했던 영상들을 활용했는데 (나와 인터뷰도 했었던 책 <달리는 여자들>을 쓰며 촬영한 영상이다. ) 나중에 광주스윙이글스 선수들이 방송을 보고 기겁(?)하면서도 좋아했다는 후기를 들었다. 화면 속 여성들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 그대로 멋졌다.


12월 말에는 이후에도 두고두고 큰 힘이 될 연하장을 받았다. ‘올해 했던 인터뷰들 중 가장 떨렸고, 가장 배려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뜻하고 명쾌한 기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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