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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의 기록

안세홍 사진작가

by 미지의 세계 Oct 31. 2020

*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때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삶의 궤적을 아예 바꿔버린다. 안세홍 작가 역시 그런 경우다. 잡지 기자로 활동하며 일본군 성노예 관련 취재를 한 게 계기였다. 취재는 끝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져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피해자들 곁에 남았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여전히 고통받고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일명 ‘겹겹’프로젝트였다. 결국, 부터 세 문장으로 2정리했지만, 사실 그는 피해자들을 가장 깊이 이해하기 위해 20년 넘게 온갖 고생을 사서했다. 그렇게 그가 찍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은, 때론 웃고 때로 화도 내며 입체적인 역사로 남게 됐다.  


2019. 11. 8. 방송  


(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과 위안소 등을 기록한 사진전, '겹겹-지울수없는 흔적'이 광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안세홍 작가는 24년 동안 우리나라와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직접 들었는데요.


이미지 뉴스리포터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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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이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안세홍 작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Q. 우선 이 사진전에 대해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전시인가요?


A. 동티모르라든가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의 현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또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서 이분들의 아픔을 전시하는 사진전입니다.


Q. 거의 24년 동안..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잡지사 기자일을 했었습니다. 그때 처음 나눔의 집을 방문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처음 만나뵀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굉장히 몰랐었고요. 그 이후에도 또다시 찾아가서 3년간 사진은 찍지 않고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우리가 머리로는 다 이해를 하잖아요. 그런데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제는 제가 피해자분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그래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진으로 이분들을 기록하고 전 세계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지금 일본에서 거주하시는 걸로 아는데, 일본에 가게 되신 것도 지금 하시는 일과 관련 있는 건가요?


A.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2009년, 10년부터 일본에 조금씩 왔다 갔다하면서 거기서 정착을 하게 됐죠. 거기서 그러면서 사진전이라든가 강연회, 심포지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Q.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십니까? 아니면 새로 배운 점도 있으신가요?


A. 굉장히 어렵죠. 무엇보다도 우익의 공격. 최근 여러분들이 다 아시겠지만 소녀상으로만 알고 계시지만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에서도 저희 작품도 함께 중지가 됐었습니다. 일본에서 (일본군 성노예 관련) 전시나 강연회를 하다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제 또래만 돼도 역사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어떤 문화적인 접근으로 이 사진전을 찾게 되고, 이게 무엇인지 궁금해서 보다보면 자신들의 과거를 알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면 일본의 습성이 파고드는 그런 습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자기 스스로 파고들기도 하고 이런 사진전이나 저희 활동을 할 때마다 같이 오셔서 같이 참가를 하면서 이 전시회를 준비해 주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피해자들을 만나셨잖아요. 죽 만나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A. 어떤 나라가 다르고, 끌려간 나이, 동원 기간, 또 동원 사례들이 다 다르거든요. 그러한 사례들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다 기억하고 계신 거예요. 분노조차도 삭히지 않았던 겁니다. 그만큼 이분들의 아픔이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많이 느꼈는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분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고 치유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가슴 아팠습니다.


Q. 이렇게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A.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또 알지 못한다면 이역사는 아픔의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전체적인 문제로써 우리가 함께 풀어야만 국제사회의 많은 공감을 얻고 또 이 문제 해결의 또 다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 안세홍 작가와 인터뷰 하기 전 그의 전시장을 들렀을 때가 생각난다. 카메라 없이, 좀 더 자세히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안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이 담긴 여러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앳된 소녀가 부른 배를 잡고 있는 사진 등 대체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사진들 옆에는 왜인지 한껏 꾸민 소녀들과 일본 군인들이 있는 사진이 전시돼있었다. “일본군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함께 소풍을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생소한가요?” 안 작가가 어느새 다가와 말했다. 당시에도 희로애락이 있었노라고. 다만 피해자들의 설움, 한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찰나에 있었던 즐거움 마저 조명되지 않게 됐다는 얘길 들려주었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혹시 그 일이 지나쳐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대화였다. 그는 이후에도 사진전 등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렸고, 2020년 책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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