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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기와 희망으로 그리는 여성들

허지은 감독

by 미지의 세계

* 아무리 특정 분야의 문외한이라해도, 그 분야에서 권위있는 상들이 뭔지는 대충 알 것이다. 하물며 다수의 사람들이 취미란에 맨날 써 놓는 것이 ‘영화 보기’이니, 청룡영화제 쯤은 익숙한 편이다. 지역 출신의 허지은 감독이 청룡영화제에서 단편 영화상을 수상한 날,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 문득 그의 수상작 연출의도 란에 눈길이 멈췄었다. ‘우리가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의미심장해서 여러 차례 그의 스케줄을 수소문했는데, 수상자가 해야 할 여러 일정들이 있어선지 도통 지역으로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허지은 감독이 지역 여성 체육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자를 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양한 여성 이야길 여러 형태로 담아온 그를 광주 독립영화관에서 만났다.


2018. 12. 21. 방송


(앵커)

지난 청룡영화제에서 광주 출신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 '신기록'이 단편영화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었죠.

최근 '신기록'을 공동 연출한 허지은 감독이 여성 체육인을 조명하는 책을 내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미지 뉴스리포터가, 허지은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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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에 더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A. 특별히 더 바빠졌다거나 하는 생활의 변화는 없었는데요. 이제 연말이라 마무리해야 될 일들이 많고 해서 그런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매듭짓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수상을 하게 되고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같이 기뻐해주셔서 지치지 않게 힘이 더 나고 있는 것 같아요.


Q. 그런데 이렇게 바쁜 와중에 책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달리는 여자들이라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스포츠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진데요. 제가 이제 영화를 만들고 있다보니까 관심이 생기는 분야에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실제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더라고요. 특히 광주에서 이렇게 활동하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인, 여성 스포츠인에 대해서는 더 찾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그래서 그 분들을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 사람들의 삶에서 발견한 이야기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Q. 이렇게 여성 체육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야구만화를 보게 됐는데 거기에서 이제 주인공인 소년이 야구를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 였는데요. 거기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대체로 주변에서 그 소년들을 이끌어주고 관리하고 본인들이 야구를 하지 않는 그런 캐릭터로 표현되는 걸 보면서 항상 내가 이입을 하게 되는 것은 주인공인 남자 소년이었다보니까 그 여성 스포츠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됐었고요.


Q. 책을 쓰면서 여성 체육인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A. 한국에는 여성 프로야구가 없고 또 실업팀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지원과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도 꾸준히 대회를 나가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계시더라고요. 또 자신들이 세운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도전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저희들의 어떤 독립영화 현실 상황하고도 많은 동질감을 느껴서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아요.


Q. 책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A. 이게 정식으로 출간을 하고 판매하는 책은 아니고요. 광주독립영화관에도 3권이 비치되어 있으니까 그걸 오셔서 열람하실 수 있어요.


Q. 영화감독으로써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일단은 제가 10월에 촬영한 단편영화가 있어서 그거를 일단 1월까지 마무리해서 내년에 또 관객들하고 만날 수 있게 준비를 할 예정이고요. 재미있으면서도 윤리적이고 쉽게 타협하지 않고 그리고 세상에 잘 들리지 않던 목소리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그는 이후에도 약하고,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주목했다. 다음 해인 2019년, 그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맞서 싸우는 <해미를 찾아서>를 내놨다. 문제 의식에서 더 나아간, 연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인물들에게 조금씩의 용기와 희망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어느 인터뷰에서의 소망처럼 꾸준히 용기와 희망을 넣어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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