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언 광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시민모임 대표
* 광주에는 일제시절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모임이 있다. 규모가 크고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오는 편인데, 그 중심에는 늘 이국언 대표가 있었다. ‘근로정신대’하면 곧 ‘이국언’을 떠올릴 정도로, 그는 늘 피해자 곁에 있다. 지역 기자로 일하던 그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기까지 사연은 지역 내에서 이미 꽤 유명하다. 역사적 아픔을 몰랐다는 미안함, 일본에서도 돕는 이 피해자들을 지역 사람으로서 몰랐다는 자괴감이 컸다.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시작한 시민활동이 벌써 10년을 넘겼다. 그는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해 알릴 기회라면 어디든 나선다. 이국언 대표를 시민모임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8. 7. 5. 방송
(앵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였던 '관부재판'.
일제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 역사에 중요한 사건이지만, 의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관부재판을 다룬 영화를 계기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를 이미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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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
Q. 최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관부재판'이라는 사건을 직접 다루고 있습니다. '관부재판'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죠.
A. 일제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부산을 경유해서 시모노세키로 도착하게 됩니다. (일본 시모노세키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겠습니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세 분,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일곱 분. 총 10명의 원고가 돼가지고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관부재판이라고 부릅니다.
Q. '관부재판'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A.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 중에서 최초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은 사건으로써, 당시 획기적인 판결이었습니다. 1심에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 각 1 인당 30만 엔씩 일본정부가 배상하라고 하는 판결을 얻었는데, 그게 2001년 히로시마 구동 재판소에서는 비록 패소하고 말았습니다만, 피해자 운동에 있어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 되겠습니다.
Q. 영화에서 보면 재판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부산 사투리를 쓰시더라고요. 근데, 이 '관부재판'이 사실은 광주·전남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요?
A. 어떻게 보면 부산, 경남 할머니들과 광주, 전남 피해 할머니들의 합주곡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세 분 중에서 두 분이 광주와 직접적으로 연고를 맺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원고 중 한 분이었던 하순녀 할머니는 태생만 경남 진주이지, 목포와 영암에서 어린 시절을 다 보냈었고, 광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시다가 위안부로 동원되신 경우이고. 관부재판이 무려 12년 동안 진행되는 동안, 태평양 전쟁 희생자 광주 유족회 이금주 회장님을 중심으로 관부재판 끝날 때까지 모든 뒷받침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 지역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Q. 위안부 피해자들도 그렇고,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그렇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하는 명예 회복 투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상황입니까?
A. 그동안 각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해서 일본에서 수십 건의 과거 청산 소송을 벌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에 2012년도부터 우리 법원을 통해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해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는데, 미쯔비시로 동원된 그로정신대의 경우에 현재 세 건의 소송에 모두 원고 11분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가장 먼저 제기된 사건은 현재 1심, 2심 승소해서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나머지 두 건은 작년에 광주지방법원에서 승소해서 광주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Q.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오랫동안 함께 투쟁을 해온 분으로서,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A. 우리가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다고는 하지만, 그 아픔에 공감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하면 울분과 한을 쉽게 잊혀지리라고 봅니다. 피해자들의 문제는 곧 우리들의 문제입니다.
* 피해자들의 승소 소식은 더디게, 그러나 꾸준히 이어졌다. 2018년 10월 30일,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후 11월 29일엔 김성주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관련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전범기업들은 이후 사과나 배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일 국가 관계에 따라 띄엄띄엄 대화가 오갔고, 그동안 피해자들은 병들거나 죽음을 맞이했다. 이국언 대표는 여전히 피해자들 옆에 있다. 대신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 공동대표 선임 등 함께 할 동료들을 모았고, 다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았으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자서전을 출판하는 등 기록으로 남기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