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월엔 광주에서 안부를 전하세요

김지현 오월 안부 엽서 제작자

by 미지의 세계 Oct 31. 2020

 당시 나는 일명 ‘오월 정신’의 의미를 이어가는 청년들에게 매료돼있었다. 광주에서 2년 남짓 살면서 알게 된 건 5·18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입체적인 시선이었다. 직접 피해 입은 광주시민과 그렇지 않은 광주시민, 즉 80년 5월을 겪은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의 시각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거였다. 광주 청년들에게 5.18은 과거에 끝난 역사이면서, 현재를 구속하는 사건이었다. 그 간극 사이에서 광주의 오월은, 바로 광주에서부터 빠르게 잊혀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월 정신을 자발적으로 잇는 광주 청년은 오히려 신선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오월 안부 엽서’를 제작한 김지현 씨도 그 ‘신선한 청년’ 중 하나였다. 지현 씨는 광주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오월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갖게 됐다. 첫 직장을 전일빌딩에서 오래 일 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5.18의 기억을 살피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보려 한 그를, 옛 전남도청 앞에서 만났다.


2018. 5. 11. 방송   


(앵커)

매년 이 맘 때 쯤이면, 5·18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80년 5월 당시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과 건물들을

엽서에 담아 전하는 청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지현 씨를 이미지 뉴스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


(인사)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Q. 먼저, 지현씨가 진행하고 계신 오월 안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오월 안부 프로젝트는 광주의 오월을 함께 겪어낸 것들을 엽서에 이미지화해서 엽서를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진 엽서에 시민들이 편지를 쓰시면, 저희가 오월 말에 수거해서 한꺼번에 보내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Q.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되셨습니까?

A. (편지를 쓸 때 그러하듯)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쓸까’ 고민하는 틈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엽서에 들어갈 이미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는데요. 광주 곳곳이 사실은 오월을 함께 겪은 곳들이에요. 예를 들면, 뒤에 있는 회화나무도 마찬가지고요. 도청의 모습, 금남로, 수창초교. 광주 곳곳에 오월을 함께 지켜본 장소와 존재들이 있는데요. 그 장소와 존재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함께 오월을 봤던 그 존재들을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고, 그 과정에서 사진작가 김향득 선생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Q. 앞에는 5.18과 관련된 그림이 있고, 엽서 뒷면을 보니까 글귀들이 있어요. 아마 지현 씨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요. 하나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이 서는) 작년에 만들었던 건데 전남도청 앞에 있던 회화나무를 가지고 만든 거에요. 뒤에 있는 글귀로 대신 말씀 드릴게요.


“광주의 상징수인 옛 전남도청 앞 회화나무는
80년 5월을 온전히 지켜본 시간의 증인입니다.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의 바람에 쓰러져 생을 마쳤지만
다행히 후계목이 가신 나무의 숨결을 잇고 있습니다.

해마다 더 뚜렷해지고 빛나는 오월 정신이,
죽어서도 살아있음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회화나무가,
당신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Q.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시는 것도 있으세요?


A. 엽서에 광주에서 보내는 안부, 라고 써져있거든요. 그럼 쓰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여기에 적힌 텍스트를 읽어보시고 아 광주에 회화나무가 있었지, 아 수창초교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 우리가 지 걷고있는 금남로는 80년 5월, 그곳을 걸었던 분들의 발걸음이 찍혀있는 그런 금남로겠지, 이런 생각을 같이 하셨으면 좋겠고요. 아울러 엽서가 날아가서 받게 된 누군가, 그게 다른 서울이나, 부산이나 다른 지역에 계신 분일 수도 있고 해외에도 발송을 하거든요. 그래서 해외에 있는 분들도 광주에서 오월의 엽서가 왔네? 광주 오월 이런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그러면 오월 엽서를 가지고 안부를 전하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참여하면 되는지 간단히 알려주시죠.


A. 네, 저희 엽서가 이번에 총 7종으로 해서 2만장이 나오거든요. 광주 곳곳에 다음주 오월 주간부터 비치가 되는데요. 광주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 청년센터, 양림도서관 같은 커뮤니티 센터들 위주로 비치가 되고요. 오일팔 기록관과 동네 책방에도 비치가 됩니다. 지금 엽서를 놓을 곳을 알아보고 있어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주시면 저희가 엽서를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그냥 가져가시는 것도 좋지만 꼭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오월 엽서 프로젝트는 다음 해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안부를 받지 못할 대상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이나, 회화나무, 80년 5월을 겪은 광주 시민들에게 보내진 편지였다. 이런 엽서들은 모여 ‘오월 안부 프로젝트’ 란 이름으로 2020년 5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전시됐다. 자발적으로 엽서 낭독에 참여한 시민들 덕분에, 수취인 없는 텍스트들은 몸을 얻어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전 01화 '미지의 인물'을 글로 정리하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