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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민들의 위대함을 기억하며

황호준 작곡가

by 미지의 세계 Oct 31. 2020

* 특정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부모님을 둔 건 어떤 의미일까. ‘님을 위한 행진곡’을 세계화 하는 과정에서 여러 작곡가들이 ‘님행곡’을 기본으로 한 관현악곡을 창작했다. 작곡가 황호준은 여러 참여 예술인 중 가장 주목을 받았는데,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황석영은 78년부터 86년까지 광주에서 민중문화운동가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5.18의 진실을 거의 처음 낱낱이 밝힌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저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집에서는 오월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도 녹음됐다. 당시 어린 황호준도 창문을 다 틀어막고 긴장감 속에서 음악이 녹음되던 순간을 함께 했는데, ‘음악이 사람을 움직이고, 힘을 주는 과정을 몸소 겪었다’고 고백했다. 황호준은 아버지의 이름을 의식함과 동시에, 그 이름이 갖는 책임감 역시 함께 나눠지려는 것처럼 보였다. 과거 황석영 씨 집이 있었던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서곡 작곡자, 그를 만났다.


2018. 5. 18. 방송 


(앵커)

5·18 하면 떠오르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죠.


오늘(18)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는 

관현악으로 재탄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처음 연주됩니다.


관현악곡 제작에 참여한 황호준 작곡가를 이미지 뉴스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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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곡가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Q. 오늘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입니다. 관현악 '임을 위한 행진곡' 서곡이 어떤 음악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A. 광주시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고, 또 전국적으로도 독재 권력에 맞서면서 함께 불렀던 '님을 위한 행진곡‘. 다들 아실 거에요. 그 곡을 새롭게, 다시 서양 오케스트라 관현악으로 재탄생시킨 곡입니다. 


Q. 소설가 황석영 씨가 아버지이시죠? (네) 님을 위한 행진곡 원곡은 아버님께서 작사를 했고, 광주에서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노래인데요. 이번 작업에 참여하면서 감회도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A. 아무래도 님을 위한 행진곡이 처음 만들어지고, 녹음되는 과정이 저희 집에서 직접 이뤄졌거든요. 그래서 그걸 어린 시절에 직접 제가 다 목격을 했고, 또 그 과정에서 제가 작곡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곡이기 때문에 그걸 제가 새롭게 작곡을, 30년 넘게 넘는 세월만에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Q. 그때 당시 나이가 어떻게 되셨었죠? (A.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요. 당시 상황이 어땠습니까, 기억 나세요?


A. 오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여기(광주문화예술회관) 이 장소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지고 녹음됐던 장소인데요. 바로 저희 집이 있었던 자립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을 그 집에서 살았고, 저희 집이 2층 집이었는데 2층이 아버님 서재였어요. 거기서 집필활동을 하시고. 그 서재에서 직접 작사, 작곡이 이뤄졌고 또 함께 녹음하는 과정들이 이뤄졌죠. 그때만 해도 사실 되게 엄혹한 시절이었어요. 그 ‘님을 위한 행진곡’같은 노래를 만들고 녹음하고 부른다는 거는, 그것 만으로도 감옥에 갈 만한 각오를 하고 해야하는 시절이었죠.


Q. 그럼, 이런 경험들이 이후 작곡가로서 활동하는 데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A. 일단 그 노래가 만들어지고, 동시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작곡가가 되겠다는 결단을 하게 된 계기였기도 하고요. 이후에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 그러니까 음악 하나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바꾸는 것에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이 그 중요한 시간에 그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요. 그러면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작곡가로서의 근원적인 정신을 다지고 끊임없이 상기하는 토대가 됐습니다. 


Q. '임을 위한 행진곡' 서곡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A.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 간의 과정 중에, 군인들을 몰아내고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었던 공동체. 자기 것을 나누고 아낌없이 주고 이렇게 아름답게 인간들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시기가 있었거든요. 광주에 대한 기억 중에 그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걸 함께 만들어냈던 시민들, 인간들의 위대함을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 황호준의 ‘님을 위한 서곡’은 이후 독일, 부산 등에서 공연됐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기본 테마를 활용했지만 좀 더 밝고 웅장한 느낌의 서곡이었다. 작곡가는 공동체의 아름다움, 인간 회복 등 암울한 시대에서도 빛났던 가치들을 다시 언급했다. 그건 마치 5.18을, 정치적 정쟁의 수단으로 볼 게 아니라 정신의 계승으로 봐야한다는 미래 세대의 다짐 같기도 했다.


황석영 작가의 옛 집터에는 표지석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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