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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입니다 Mar 31. 2024

연약함의 반격

쿨톤 - 분홍색 분위기미인

분홍은 양육과 돌봄, 따뜻한 사랑을 표현하는 색이다. 분홍으로 표현되는 사랑은 신체를 자극하는 빨강이 연상시키는 사랑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분홍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소녀와 여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따뜻한 사랑은 여자아이들뿐 아니라 남자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가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다. 포옹을 단 하나의 색으로 나타낸다면 그 색은 분홍일 것이다. 반면 육체적인 측면에서는 어딘가 부족하고, 연약하고, 힘없는 느낌으로 보일 수 있다.  

 - 책 「컬러의 힘」 중에서 


쿨톤 - 분홍색 분위기미인


  요즘 같이 불안이 폭발하는 시대에는 분홍색 분위기 미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불안의 반작용으로 다들 지나치게 강인해지려고 하니까요. 그에 반해 분홍색 그녀는 잘 넘어지고 잘 멍들고 잘 아파하는데, 그 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내기까지 해요. 그러면 막 공격당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또 그렇지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내면에 꽁꽁 숨겨뒀던 그 연약한 마음을 바깥 세계에서 마주하는 순간, 약간의 놀람과 다량의 짠함을 느끼거든요. 그리고 그때부터 자기를 향한 것인지, 분홍색 그녀를 향한 것인지 모를 안부를 묻게 되고, 자주 소식을 듣다보니 자꾸 신경이 쓰이고, 나아가 크나 큰 애정이 자라나는 수순을 밟죠. 그래서 그들은 결국, 가수 김종국처럼 눈에서 꿀을 뚝뚝 떨어트리며 이렇게 읊조립니다. 유명한 가사죠.         



Oh!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Oh! 니가 나의 여자라는 게 자랑스러워

무뚝뚝하던 내가 종일 싱글벙글 웃잖아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분홍색은 빨강색에 물이나 흰색을 섞어 옅게 만든 색인데요. 그렇다고 분홍색을 빨강색의 순한 맛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빨강은 빨강 나름대로의, 분홍은 분홍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매력을 가졌다고 보는 게 맞아요. 잠시만 떠올려 봐도 빨강색 옷을 입은 날과 분홍색 옷을 입은 날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죠. 그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단적으로 말해보면, 빨간색 그녀가 직선형의 행보를 보인다면 분홍색 그녀는 곡선형을 선호해요.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볼게요. 빨간색 그녀는 ‵스트레스 지수 낮추기′ ‵스쿠버다이빙 경험하기′ ‵등반 코스 완수하기′와 같이 여행의 목표를 명확히 잡아 클리어 했을 때 재미를 느낀다면, 분홍색 그녀는 ‵그 지역의 특산물은 무슨 맛일까?′ ‵그곳의 하늘은 얼마나 맑을까?′처럼 자연적인 호기심을 채울 때 만족을 느껴요.                     



  비단 여행뿐 아니라, 그게 일이 됐든 연애가 됐든, 같은 자리에 빨간색 그녀가 지나갔느냐 분홍색 그녀가 지나갔느냐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그것은 마치 이목구비는 닮았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일란성 쌍둥이를 목격한 느낌과 비슷해요. 그렇지만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에게는 어떤 공통적인 특질이 드러나게 마련이듯이, 빨강색과 분홍색에게도 기질적인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위험이 예상되는 순간에 적색경보 본능을 발휘한다는 거예요. 그럴 때 빨간색 그녀야 워낙에 알아서 경계도 강화하고 돌파구도 척척 찾을 것 같지만, 분홍색 그녀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킬 뿐 해결의지가 없을 거라는 선입견을 많이들 갖는데요. 실제로 한번 지켜봐 보세요. 적색경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쪽은 오히려 평소에 약간 희미했던 분홍색 쪽일걸요?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드릴게요. 저도 들은 얘기인지라, 이 얘기의 주인공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겠네요. 그녀의 닉네임은 헤이즐인데, 왜 닉네임으로 부르기 시작했냐면 우리 회사 서비스의 회원이었거든요. 줄곧 다이어리로 소통하던 사이였지만 실제로 처음 본 건 2017년 11월에 열렸던 북 콘서트 현장이었어요. 저에게는 그것이 첫 책에다가 처음으로 단독으로 하는 강연이었으니, 얼마나 벌벌 떨었을지에 대해서라면 두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거기에 자리해있었으나 저는 떨고 있었던 관계로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어요. 며칠 후, 현장 스냅사진이 나왔는데 스탭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더라고요. 그 웅성거림의 핵심 메시지는 “이 분 누구에요?”였어요. 무대 쪽을 초롱초롱하게 응시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거든요.  그 사진을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사용해도 괜찮은가하는 허락을 받기 위해 제가 연락을 했고, 그녀가 흔쾌히 수락했고, 이후 우리는 사적으로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사이가 됐어요. 그녀와 한참 얘길 나누다보면 저는 어느 새 ‵여자 김종국′이 된 것 같았어요(Oh!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그러니까 그녀는 제가 아는 사람 중 사랑스럽기로는 단연 으뜸이에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분홍색 그녀의 '적색경보 에피소드'는요. 그녀의 어투 그대로 들려드리는 게 좋겠어요. “대학 주변에 작은 개인 카페에서 일을 했었어요. 작은 가게라 저 혼자 일했었어요. 원래부터 자주 가던 단골 가게여서 애정이 깊었기도 했고, 일단 내 입에도 맛있어야 하니 정말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마감을 하는 날이었어요. 자정 정도? 그때 친구가 저를 도와주고 있었어요. 한참 마감을 하고 있는데! (중요한 단서를 알려주겠다는 듯, 침을 꼴깍 삼키더니) 카페 문이 유리문이라서 안팎이 다 보이거든요! 그곳에 버버리맨이 그것을 내놓고 서 있는 거예요. 진짜… 친구랑 너무 놀라서… 빵 칼을 들고 친구랑 화장실에 문 잠그고 숨었어요. 그리고 경찰을 불러서 경찰차를 타고 집에 갔답니다… (시익- 사악한 미소로 웃더니) 근데 빵 칼은 왜 들었을 까요? (비장한 얼굴로) 네, 저는 정말로 썰어버릴 각오를 했었답니다!”    


           

  《분홍색 분위기 미인 – 송유리》는 빵 칼을 든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완성한 이야기에요. 순수하고 엉뚱해서, 잔뜩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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