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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입니다 Mar 31. 2024

도움과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쿨톤 - 분홍색 분위기미인



분홍색 분위기 미인

송유리(즐거울 유영리할 리)

도움과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송유리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스물여섯 해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아니다. 딱 한 사람이 있었다. 어쩌다 그에게 들켜버려서 사흘 밤낮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눈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송유리 눈에는 자주 눈물이 맺혔다. 안과 선생님 말씀으로는 눈물길이 잘 막히는 눈으로 타고나서 그렇다고 했다. 송유리가 큰 눈 가득 그렁그렁 눈물을 채우고 흘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괜히 미안해했다. 그러면 송유리는 조심조심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송유리의 하루는 한결같았다. 눈 뜨자마자 고시식당으로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퍼석한 쌀알이 매력인 흰밥, 지나치게 심심한 뭇국, 수입산 돼지 앞다리로 달고 짜게 볶은 제육, 어릴 때 먹던 추억의 분홍 소시지, 왜 설탕 맛이 나는지 모르겠는 콩나물 무침까지. 다행히 잠도 덜 깼으니 딱 열 숟가락만 아무 생각 없이 삼키자 하는 심정으로 먹었다. 오전 공부는 집에서 하고 점심식사는 요거트에 시리얼로 간단히 요기했다. 오후에는 학원으로 가서 수업을 듣거나 자습을 했다. 



  저녁식사는 운에 맡겼다. 6시께가 되면 문제집의 진도를 확인하며 점을 쳤다. 한 장 더 풀고 가면 먹을 수 있을까? 그런 내적 갈등 끝에 ‵이모네′에 도착하는 시간은 5시 50분 혹은 6시 20분이었다. 이모네는 동네에서 제일 잘하는 세탁소와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가정식 백반 집이었다. 왜 2층이냐면 진짜 가정집이기 때문이다. 이모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걸 선착순으로 5~7인분 정도만 팔았다. 예약 같은 건 당연히 안 되고 저녁 6시와 7시 사이에 이모네까지 직접 가서 현관에 신발이 몇 개인지 확인하면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불편함을 따를 가치는 충분했다. 밥, 국, 나물, 무침, 부침, 구이, 김치까지 집 밥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는 한상을 꼭꼭 씹어 먹고 난 날 밤이면, 패기가 생겼다. 

 ― 계속 살아남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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