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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입니다 Apr 19. 2024

이별을 연습합니다

귀티 컬러 - 파란색 분위기미인


귀티 컬러 - 파란색 분위기미인


이해수(놀랄 해빼어날 수)

이별을 연습합니다          



  이해수의 휴대폰에는 198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어떤 관계와 어떻게 끝이 나든 전화번호를 잘 지우는 편은 아니었다. 되도록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취중 혹은 실수로 잘못 누르는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가끔은 상대로부터 비슷한 연락이 오곤 했는데 그때도 ′누군지는′ 알아야 속이 편했다. 그런데 메신저 기능이 문자메시지에서 카카오톡으로 옮겨지면서 은근슬쩍 나쁜 버릇이 생겼다. 틈새시간에 하릴없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뒤적이고 있는 것이다. 보고 나면 미세하게 속이 울렁거렸다.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 미련, 아쉬움 같은 것들이 마구 섞여서 명치끝을 때리는 것이다. 울렁거림을 잠재우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돌다가 비싸진 않지만 쓸데없는 걸 하나 사들이는 패턴을 그렸다.         



귀티 컬러 - 파란색 분위기미인


         

  어릴 때부터 이사도 자주 다녔고 대학도 지방으로 가게 됐고 연애도 꽤 많이 한 편이라, 그만큼 자주 헤어져봤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해수에게 “진짜 쿨 한 년”이라고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이해수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런데 올 초에 좀 이상한 말을 들었다. 그날은 아마 목요일이었을 거다. 이해수는 오래간만에 일찍 퇴근해볼 심산으로 자기 몫의 시재 마감을 얼른 마쳤는데, 은행 탕비실 쪽에서 여럿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업 금융 파트로 승진한 후로는 저 쪽 창구 직원들과 소통할 시간이 거의 없던 차라, 이해수도 슬쩍 그쪽으로 갔다. 패션 쪽에서 일하는 남자라더라. 청담동 어디서 만나기로 했다. 입고 갈 옷이 없네. 그 주 주말에 소개팅이 잡힌 박 주임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요 앞 사거리에 타로 집 생긴 거 알아? 거기 진짜 괜찮다더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타로 얘기가 나오자 옆에서 맞장구를 쳤고 거기 있던 넷이 함께 가는 분위기가 됐다.       




  간판만 타로 집이지 메뉴를 보아하니 사주 풀이와 신점이 주력이었다. 박 주임이 고른 소개팅 타로의 그림 해석이 끝나자 주인이 서비스로 신년 운세를 봐주겠다고 했다. 그때 이해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아가씨는 인연이 많이 들어오는 팔자네. 올해도 많아 보여. 그러면 뭐해. 버려지기 전에 먼저 떠나는 스타일인데. 사람을 끝까지 믿질 않아. 그거, 본인이 젤루 괴로울 텐데 어지간해서는 고치기가 힘들지. 그게 어디서부터 왔는지,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야 돼. 어떡해? 아가씨 사주로 인연법 한번 풀어 볼래요?” 마음이 휘청 기울면서 하마터면 그러자고 할 뻔했지만, 얼른 중심을 잡고 정중히 ′됐다′ 했다. 




  점쟁이 말에 휘둘렸다가 돈 버리고 마음 상하는 사람들 여럿 봤다. 거길 나오면서도 미신이야, 미신, 믿을 게 못 돼, 라며 자기 마음에 단단히 약을 쳤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그 말이 떠올랐다. 전부는 아니고 부분적으로,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어떤 때는 ′사람을 잘 믿질 않는 나의 성미′를 탓하게 됐고, 어떤 때는 ′누가 내 인연법을 꼬기 시작했는지′에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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