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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Jun 26. 2023

혼자 행복하게, 서로 친밀하게...

에이징 솔로 

<에이징 솔로>는 <이상한 정상가족>을 쓴 김희경 작가의 책이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1인 가구(2인 가족도 소수 있음)인 우리 모임에서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전에 우리가 함께 읽은 <이상한 정상가족>, <외롭지 않을 권리> 등과 같은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이 책으로 앞으로 어떻게 혼자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Q 이 책을 읽은 소감

우 _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지금도 혼자 살고 있어서 이 책을 발제 책으로 정했다. 책을 읽고 나니 여기 나오는 사람들처럼 주변인들과 친밀감을 가지고 관계를 맺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잘 못하는 것이 친밀감인 것 같다.

은 _ 현재 혼자 사는 게 너무 행복한 1인으로써, 책의 내용이 불편했다. 한번도 결혼에 대한 압박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압박을 받고 주변 눈치를 보는구나, 알게 되었다.

옥 _ 앞쪽이 좋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는데 뒷부분은 <외롭지 않을 권리>가 나은 것 같았다. 현재는 이 책에 나오는 것보다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애가 없다고 하면 대놓고 "불임이야?" 묻는 수영장 할머니들이 있긴 하지만, 이제 그런 말은 예의 차원에서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세대까지만 해도 그런 사회적 압박이 컸지만 세상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 _ 저도 애 없다고 하니까 인공수정하라는 이야기만 3번쯤 들었다. 지금은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미혼일 때 혼자 산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를 계산해본 적이 있다. 20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나왔다. (이 말에 다른 비혼자들 우워어~ 원성)

광 _ 공동체를 만든다든가 돌봄 품앗이 등의 방안 마련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 말했듯 샘플이 너무 적고, 예를 들어 미국 남자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한국 보다 더 긴 건 차량 정비를 가사 노동에 넣기 때문이다. (이유 안넣어줌)

진 _ 현재 내게 아주 필요한 책이었고, 무척 와닿았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삶을 샘플 삼아 앞으로의 내 삶에도 적용해볼까 한다.

정 _ 여기 나오는 대로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어서 거의 모든 케이스가 내 이야기 같았다. 지금까지는 잘 살아왔는데, 70대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떻게 살아야 되나 걱정된다. 비혼인 친구들끼리 같은 동네 모여 살자는 얘기는 종종 한다. 책 자체로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와 <혼자 살아가기>가 더 좋다. 추천.  

라 _ MBTI가 I인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공동체 만들어서 못산다. 이제까지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가족 뿐이다, 결혼 안하면 나중에 외롭다 등) 엄마 말이 맞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는 나 같은 성격에는 도움이 안되고 찝찝하기만 하다. 겨우 읽었다.


Q 나는 비혼을 선택했나요? 살다보니 비혼이 되었나요?

정 _ 17살 때부터 결혼하지 않겠다 혼자 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특별한 의지가 있어서 비혼이 되었다기보단, 결혼을 하려면 특별한 의지가 있어야 했다. 나는 결혼에 대한 의지가 없는 쪽이었고, 결국 비혼이 되었다.

진 _ 한 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나이들어 보니 나는 아이를 키울 깜냥이 되지 않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왜 결혼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비혼이 되었다.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만, 사실 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서 정서적으로 독립하진 못했다고 생각했다. 몇년 내에 동생과도 떨어져 살게 될 것 같아 정서적 독립도 하게 될 것 같다.

우 _ 여러가지 직업을 거쳐오다 보니 일이 우선시 되면서 자연스럽게 비혼이 되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광 _ 어릴 때부터 일가친척 모임을 무척 싫어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나에게 결혼이란 일가친척이 2배가 된다는 말. 그래서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은 _ 부모님과 살다가 혼자 산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혼자 사니까 신세계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별로 결혼할 생각이 없고, 만약 결혼한대도 같이 살지 말고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내 공간은 사수하고 싶다.

예 _ 중학교 때부터 35세에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운좋게 나 같은 동족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선 비혼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기에 혼자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옥 _ 특별한 의지가 있어야 결혼을 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울 아빠가 프로포즈를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되었다.

라 _ 이 책에 "좋으니까 견딘다"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왜 견뎌야 해?" 쪽이다. 가끔 부모님 집에 가서 살림도 하고 돌봐드리면 좋아하시고 그래서 "내려와서 살래?"하시는데 단호하게 "아니오"했다. 원가족과 함께 사는 삶이 아니라 나 혼자 사는 삶이 좋다.  

Q 결혼 안하냐에 대한 나만의 대응 방법

"언제 결혼할 거냐?" "월요일에요."

"너는 결혼 안하냐?" "21세기잖아요. 요즘 누가 그런 질문을 해요?"

"니넨 아기 안낳니?" "죄송해요. 제가 아기를 낳을 줄 몰라서요."

"너 그렇게 고르다가 재취 자리밖에 안남는다?" "네, 나중에 재취로 갈게요."


그 외에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이 책에 나온 인터뷰이들 중 부러웠거나 나와 닮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그은 밑줄긋기

124 _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추앙'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구 씨보다 미정이었다. 미정이는 구 씨에게 술 끊으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고,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과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변해갔다. 다른 사람의 '추앙'에 의해 채워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채웠다. (나도 이렇게 내 스스로 채우고 있다)

124 _ '온리 원'이라는 각본에 의한 집착만 털어낸다면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을 두지 않은 삶은 '감정 관계들'로 더욱 풍요로워질지도 모른다. (덕질 친구 따로, 회사 동료 따로)

139 _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 불가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다를 뿐, 에이징 솔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혼자만의 독립적인 삶에 대한 욕구만큼 친밀한 관계에 대한 열망도 크다. 그 관계가 무엇일지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느냐, 어떤 기회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 대상이 형제자매와 친척들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친구다. (현재는 자매인데, 완전한 독립도 대비 중이다)

102 _ "이를 통해 우리는 수전이 가진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를 없애줬어요. 그가 도와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전혀 없었죠. 우리가 갔으니까요." 

189 _ 맥주만 마실 수 있으면 폐지를 주운들 뭐 어때요? 폐지 줍고 집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면 돼요. (이 부분 읽고 나의 노후에 대한 불안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257 _ 서로서로 견디는 힘만 있으면 다른 건 헤쳐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를 견디지 않고 가능한,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관계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데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으니까 그만큼 어떤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누군가가 나를 감당해 주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부분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106 _ 혼자 사는 사람은 당연히 아플 때 주로 혼자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럴 땐 최선을 다해 아파야죠. 외로울 틈이 어디 있어요? 

79 _ 오로지 자기 가족만을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자녀의 학벌과 취직자리를 만들고 부모가 앞장서 꽃길을 깔아주고 뒤를 봐주는 가족주의의 탐욕은 현실에서 우리도 종종 목격하는 바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한 가족주의야말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보다 훨씬 더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이기적 행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58 _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부탁을 청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세상 가장 가벼운 땡큐를 날리고 오늘은 도움을 줬다가 내일은 도움을 받았다가 그리 살면 되지 않을까.


2023년 6월 24일

<에이징 솔로> (김희경 | 동아시아)

참석자 _ 우, 광, 예, 옥, 진, 은, 정, 라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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