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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Go Duck Oct 21. 2024

Part5. 부자의 의미?(5-4)

부자 이야기


Part5-4

어느 부자 이야기




부자라고 하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가?

아마 미디어에 흔히 등장하는 헌국의 부자들이나 해외 굴지 기업들의 CEO가 떠오를 것이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포춘지 선정 세계 100대 부자들이 모두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국 만화를 좋아한다면 토니 스타크나 브루스 웨인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자'라고 하면 국내에선 S, L, H그룹등의 CEO나 네카라쿠배의 CEO가 떠오르고 해외로 넘어가면 M, T, A, N, F 등의 CEO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굴지의 부자들 외에 떠오르는 분이 한 분 더 있다. 그는 바로 소위 '건달 할배'로 잘 알려진 채현국이다.

그분이 떠오르는 이유는 꽤 오래전에 본 그의 인터뷰가 무척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노인이면서 노인에 대해 가감 없이 서슬 퍼런 일설을 날리던 분. 화려한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려고 했던 분. 이런 모습들이 내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돈 버는 재미'가 있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돈 쓰는 재미만 있는 줄 알았지 돈 버는 재미란게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분의 인터뷰를 다시 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한겨레에서 작성한 기사가 있어 아래에 링크한다.(이게 내가 본 건지 아닌지 정확하진 않지만 내용을 보니 맞는 듯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266.html


링크의 인터뷰에도 나와있지만 돈 버는 재미에 관해 그가 한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 배 강한 게 '돈 버는 재미'다.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돈이 더 벌릴지 자꾸 보인다. 그 매력이 어찌나 강한지,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사업을 하게 되면 자꾸 끌려드는 거지.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다 부수적이 된다."

-채현국 인터뷰 중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 그것에 빠져들고, 빠져들다 보니 자꾸자꾸 방법이 보인다. 수단은 어느새 목적이 되고 뒤바뀐 목적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은 수단이 되어버린다. 어느 순간 오직 '돈 버는 것'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삶의 모든 것이 돈 버는 것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삶. 그것을 위해 모든 걸 갖다 바칠 수 있는 삶. 닿아도 닿아도 멀어지기만 하는 목적지. 끝없는 욕망과 탐욕.

그러던 어느 순간 그는 불현듯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끝이 없는 돈 버는 재미에서 벗어나길 결심한다. 그렇게 사업을 정리하고 가진돈을 모두 장학금과 병원 설립, 직원들의 퇴직금 등으로 써버렸다.


그는 돈 버는 일을 계속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재미만큼 우리 삶을 희열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할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살아가는데 재미가 필요한 것이지 재미를 위해 삶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을까? 부가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놓아 버리고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돈 버는 재미를 포기한 그 선택에서 '부'가 주는 가치 그 이상의 것을 발견했을까?

2021년의 작고로 그의 행보는 막을 내렸기에 거기에 대한 답을 들을 순 없지만 나는 그가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으리라 생각한다. '부'보다는 '삶'이 더 소중하였기에 그는 일말의 미련 없이 '부'를 내려놓았으리라. 어쩌면 그가 진정 원했던 건 부자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인터뷰에서 돈 버는 재미에 빠져드는 자신이 두려웠다고 하지만, 그가 정말 두려웠던 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돈 버는 재미에 영영 넋이 나가 다시는 그 길로 돌아가지 못할까 두려웠는지 모른다. 

인터뷰 내용 중 도움에 관한 것도 인상 깊었다. '도운 사실을 왜 숨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난 도운 적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지. 난 내 몫의, 내 일을 한 거다. 누가 내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지는 몰라도 나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그는 세상 모든 것엔 자기의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인연과 시절에 맞아 잠시 자기가 보관하고 있을 뿐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걸 깨달았고 그래서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도움에 대한 그의 말을 보면 그는 모두와 동등한 인간으로서 살았었다. 어떤 이의 위에 있지도 않고 어떤 이의 아래에 있지도 않은. 그래서 당당하고 당당하기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았으리라 생각한다.


'시대의 어른'이란 찬사를 받는 그지만 그 역시 살아오면서 언제나 옳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수도 했을 것이고 잘못도 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고집이 타인에게 아픔이 된 적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란 그런 거니깐. 그렇지만 적어도 그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모두를 동등하게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은 행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내버려 두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자'를 떠올릴 때면 으레 그가 생각이 난다.






부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자.

정말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 부자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인가? 부자가 아니라 단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닌가? 삶의 고난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이 정말 부자 밖엔 없는가? 돈 버는 것 외에는 없는가?


글이 길어졌지만 이제 슬슬 마무리로 넘어가 볼까 한다.

이제 이 글의 제일 앞에 얘기했던 벗이 말한 "ㅇㅇㅇ".

부자가 되기 위해 떼돈을 버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인 "ㅇㅇㅇ"

"ㅇㅇㅇ"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파트로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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