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92세 노년의 한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평생 아내 Ada를 그렸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아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어떤 언어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녀는 이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노인이 되었지만 Alex Katz에게는 여전히 아직 다 못 그린 무궁무진의 뮤즈입니다.
멋진 블랙햇과 선글라스의 Ada(아래 이미지)는 이제 흰머리에 움푹 파인 눈을 지그시 내려 뜨고 상념에 젖어있습니다. Alex는 잦아진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화폭에 담았습니다. 오랜 시절 함께 삶을 나눈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현대미술에서 초상화로 성공한 화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오직 얼굴만을 평생 그린 화가는 더욱 드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워크샵에서 다루었던 Chuck Close와 Alex Katz를 꼽아 볼 수 있는데, 둘의 작업 방식은 정말 다릅니다. Close은 사진을 기본 reference로 해서 정확한 사실 묘사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 정확성을 위해서 grid system을 개발한 것이구요. 반대로 Katz는 사진이 아닌 실제 모델을 보고 그립니다. 그래서 그의 드로잉은 두 눈으로 보았을 때 나타나는 왜곡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양쪽 눈이 좀 이상하지요)
그는 의식적으로 디테일을 생략하고 화려하고 강력한 색채로 넓은 화면을 채웁니다. 그에겐 똑같이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얼굴은 넓은 붓질 몇 번으로 스타일화하고, 배경은 인물을 마주하며 느껴지는 직감에 따라서 단 하나의 색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Style'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강조합니다.
저는 디자인 전공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구성'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물이나 자연물을 단순화시켜서 독특한 양식의 style로 만드는 것인데, 특징을 잘 잡아내어 단순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무척 흥미로운 과정이기도 하지요. 이번 워크샵에서는 인물을 Katz의 그림처럼 단순화하여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저의 지론은 그림을 억지로 그리는 사람은 없다입니다. 좋아서 그리지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립니다. '누군가를 그림(동명사)'은 사소하지만 강력한 친밀감의 표현입니다. 저는 이번엔 연년생 아들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한 장 골랐습니다. 사진을 고르면서 저는 벌써 반은 행복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제 앞에서 브이자를 그어대던 꼬마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제 기억 속으로 들어가 자리잡기 위해 자취를 감춘 걸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행복을 끄집어 내시겠습니까? Katz처럼 평생의 연인? 저처럼 오래전 아이들의 사진? 아니면 부모님? 친구? 아니면 나 자신? 그 누구라도 좋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단 한 번의 워크샵으로 Katz처럼 그릴 수야 없지요. 그러나 인물을 그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법을 한 번 경험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제 모든 워크샵이 그렇듯 사전 경험은 필요 없습니다. 처음 붓을 잡아보시는 분들도 환영합니다.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므로 step by step 따라 하시면 됩니다. 워크샵에 필요한 사진 고르는 법과 준비물, 진행과정 등은 워크샵 신청하시는 분들께 따로 유인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