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이야기

창세기 11장 9절

by 리오라

아주 먼 옛날,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는 시날 평지라는 비옥한 땅이 있었어요. 이곳은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도 고요해서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딱 좋은 곳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고요한 땅에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어요. 벽돌을 굽는 연기였지요. 푸르던 하늘은 뿌옇게 흐려지고,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답니다.


왜냐고요? 그들은 아주 커다란 탑을 쌓고 있었거든요! 하늘만큼 높이, 아니 하늘 너머까지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가 설레었어요. 벽돌이 하나둘 쌓일 때마다 탑도 쑥쑥 올라갔고, 사람들의 얼굴엔 기대와 기쁨이 점점 쌓여갔어요.


그런데… 그렇게 잘 올라가던 탑이, 어느 순간 딱 멈춰버린 거예요. 마치 고장이 난 시계처럼요. 탑 주변엔 부서지고 쓰러진 벽돌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마치 전쟁에서 진 병사들처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조용하던 곳에서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지금… 저 사람, 뭐라고 한 거야?” 가장 성격이 급한 벽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모르겠어! 갑자기 말이 이상해졌어! 근데 혼자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말이 안 통한다고 싸우고 있어!”

“저 사람, 망치를 달랬는데 그릇을 가져왔대. 완전 엉뚱한 걸 들고 왔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웃고 도우며 탑을 쌓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저러는 거야?”

벽돌들도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도시를 짓는 줄 알았는데.”

“나도! 역청까지 발라가면서 짓길래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

“우리도 탑 위로 쌓일 때는 다들 신나 있었지. 근데 솔직히 점점 너무 높이 올라가니까 무섭더라….”

“난 아예 밑에 있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는걸. 정말 무서웠어.”

“그러게, 넌 고소공포증이 있었지? 난 네가 꼭대기에 올라가는 걸 보고 진짜 걱정했어.”

“근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높이 탑을 쌓으려 한 걸까?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던 걸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을 높이고 싶었대. 하나님보다 더 높아지고 싶어서 그런 거래.”

“그리고 절대 흩어지지 말자고 했어. 다 같이 모여 살자면서.”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벽돌 하나가 말했어요.

“근데 그거… 하나님 뜻과는 반대잖아? 하나님은 ‘온 땅에 흩어져라’고 하셨다며?”

“맞아, 세상에 큰 홍수가 난 다음에 하나님이 그랬대. ‘땅에 퍼져서 살아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말씀을 무시한 거지.”

“결국…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한 거구나.”

“그래서 하나님이 직접 내려오신 거야. 사람들이 쌓는 탑을 보려고.”

“나도 깜짝 놀랐어. 괜히 하나님이 우리가 사람들처럼 교만한 줄 아실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나도…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부숴버리실까 봐 덜덜 떨었어.”

“그런데 하나님은 진짜 놀라운 방법을 쓰셨어. 사람들의 말을 뒤섞어버린 거야!”

“그러니까 다들 말을 못 알아듣고 싸우기 시작한 거구나.”

“말이 안 통하니까 도시는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된 거지.”

“결국 하나님 말씀대로 된 거야.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잖아.”

벽돌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몸은 여기저기 깨지고 망가졌지만, 이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아. 말이 통해서 얼마나 다행이야! 사람들처럼 엉뚱한 말만 해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해!”

“근데 말이야… 왜 하나님이 우릴 바벨에 남겨두신 걸까?”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어요.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지요. 그러다 어딘가에서 무겁고도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아하! 혹시 우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라는 뜻 아닐까? ‘하나님보다 높아지려 하면 이렇게 무너진다’는 걸 말이야. 우리가 그 증거가 되어주는 거지!”


그 말을 들은 벽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비록 몸은 조금 부서졌지만, 모두 마음만큼은 단단해졌답니다.


[창세기 11장 9절-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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