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어디 있나요?
벌써 2022년도를 약 1분기만 남겨놓은 상황이 되니, 다시금 내 마음 한켠에서 작은 불씨가 타오르려 한다. '난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어차피 답정너인 의구심이다. 언제까지 일하긴, 써줄때까지 일해야지!
대리 시절에만 해도 좋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는게 최고인 줄 알았다. 어디가서 '저 00 다녀요'가 내 타이틀 전부일 때가 있었다. 그러다 진급을 하고 조금씩 사회 물이 들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조용히 잘 다니던 옆 과장이 (사바사바를 잘 못해서였는지) 진급에서 밀려나고, 누구는 갑자기 쌩뚱맞은 부서로 이동하고(나가란 소리) 그런 광경들 말이다. 나 역시 회사가 어려워지자 희망퇴직 물살에 휩쓸려 호되게 다친 적이 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회사는 날 지켜주지 않는다. 회사(따위에) 목매지 않을 나만의 밥벌이를 만들어놔야겠다. 라고 말이다.
잠깐 딴 소리지만, 누가 그러더라. 가장 운 나쁜 것이 '착한 집주인'을 만난 세입자라고. 집주인이 착하니 굳이 내집마련해야겠다는 욕심이 안 들고 그냥 전세살이에 만족하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집주인을 한 번이라도 만나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내가 너보다 더 좋은 집 산다'라는 목표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 굴곡이 있고 위기를 한 번쯤 맞아봐야 성숙해지는 법인가 보다. 어쨌든,
그렇게 부캐 하나를 더 만들고 어느정도 이중생활이 가능해질 때쯤 지금 직장에 취직했고 홍보일과 부캐일을 열심히 돌리며 살고 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둘 목표는 부캐 수입>회사 월급이 되는 순간이라고 매일 되뇌이며 하루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있다. 근데 참 멀어보이니 ... 갈수록 답답할 따름이다.
홍보일을 하며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요즘 세대는 다르겠지만 지금 데스크급에 있는 기자들의 경우 '한 평생 이 일만 했는데, 아주 잘 나갈 경우에야 대기업에 스카웃되지만, 대부분 넥스트 스텝을 어떻게 밟아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한다. 내가 봐온 봐도, 기자 생활 후 일반 기업 홍보팀으로 가든지, 대행사로 가든지, 아니면 인맥 동원해 대행사를 차리든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방향이 그렇다.
그럼 홍보는 어떨까, 홍보인의 경쟁력은 뭘까. 내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날 써줄까? 아니,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능력이 될까?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일이 쏟아져 나도 모르게 내 능력치를 갱신하고는 있지만... 어찌됐든 한계에 도달하고 끝이 있을 것이다. 그럴 나이가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럼 그땐 난 무얼 해야하지 란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그래서 '언제까지 일해야 하나'가 아닌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로 고민이 바뀌는 것 같다.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회사와 굿바이하는 파이어족이 아닌, '회사'에 연연하지 않고 내 밥벌이로 갈아타는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