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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로 찾은 새로운 나

adhd 감각과잉 증상을 승화시키다.

by 이지현 Dec 04. 2024

내 삶은 감각 과잉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었다. 단지 후각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감각에서도 나는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남들이 평범하게 지나치는 자극들이 나에게는 불편함, 고통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소음, 빛, 냄새 같은 요소들이 내게는 지나치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가장 평범해야 할 일상이 이런 자극들로 인해 고역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일상적인 자극에 유난히 예민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감각 과잉은 신체적 자극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감정적인 경험에서도 나는 남들보다 더 민감했다. 작은 갈등도 쉽게 상처로 이어졌고,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들조차 내 마음속 깊이 남아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톤 변화, 표정의 작은 변화까지 모두 내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종종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냐"는 말을 듣곤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조차 내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촉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옷 태그가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을 느끼고, 몸에 딱 맞는 옷은 마치 숨을 막히게 하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날씨가 바뀔 때마다 내 피부는 온도와 습도의 미묘한 변화를 그대로 느꼈다.


특히 후각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였다. 지하철에 올라타면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다양한 냄새들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동료들이 사용하는 강한 향수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고, 음식점에서 나는 꿉꿉한 기름 냄새는 밥을 먹지 못할 만큼 울렁거림을 유발했다. 


여름철에는 체취와 땀냄새가 나를 식당에서 도망치게 만들곤 했다. 마치 일상적인 공간과 상황이 나에게는 끊임없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왜 나는 이렇게 예민한 걸까?"라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혔고, 내 예민함은 점점 더 큰 단점으로 여겨졌다. 일상적인 자극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점차 위축되었고, 이런 경험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나는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내 성격이나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감각 과잉이라는 개념조차 몰랐고, 이런 예민함은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되지 않는 짐처럼 느껴졌다. 그저 "내가 좀 이상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아로마테라피를 배우게 되면서 나의 후각 민감도가 단순한 불편함이나 약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향과 싫어하는 향을 구분하는 데 그쳤지만, 점차 에센셜 오일의 세부적인 향의 차이를 감지하고, 그 차이를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벤더 에센셜 오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향이 아니었다. 품종에 따라, 심지어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지와 추출 방법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같은 오일도 나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월경주기에는 주니퍼베리의 향이 다르게 다가왔고, 유칼립투스나 로즈마리의 경우 몸이 부어있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짠내가 더 강하게 올라왔다.


나는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남들보다 빠르게 캐치할 수 있었다. 단순히 향을 맡는 것이 아니라, 향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구체적으로 느끼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후각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예민함이 오히려 창의성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후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은 수강생이 블렌딩 한 향을 맡아보고 구린내가 난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어떤 오일들이 들어갔는지, 얼마만큼의 양으로 넣었는지 확인해 보니, 수강생은 몸에 좋다는 오일들을 가릴 것 없이 한데 섞어 블렌딩 했었다. 그 결과 블렌드의 감정적인 층위와 균형이 깨진 상태였다.


나는 블렌드의 향을 맡고 그 미묘한 불균형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일랑일랑을 2방울 더 넣어보세요." 간단한 피드백 하나로 향의 뉘앙스가 완전히 바뀌었다. 


향은 한두 방울 차이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고, 이런 디테일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나의 후각 민감함이 가진 진정한 강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제는 내가 겪었던 모든 예민함이 ADHD의 한 특성이었다는 것을 안다. 감각 과잉으로 인해 일상적인 자극을 평범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후각이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도, 모두 내 신경 체계가 세상을 더 강렬하게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감각 과잉은 내 삶에 불편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만의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주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디테일을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이 예민함은 나의 감각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다. 


아로마테라피를 배우며 이 감각을 다스리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예민함이 나를 괴롭히는 짐이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능력임을 깨달았다.


내가 후각을 통해 향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능력은 단순히 나를 위한 치유를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내 예민함은 블렌딩 과정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열쇠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맞춤형 향기를 만들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든 약점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 내가 겪었던 예민함이 그랬듯이, 여러분이 단점이라고 느끼는 것도 어쩌면 여러분만이 가진 특별한 강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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