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가 겪는 일상 속 어려움

감각 과부하, 인간관계, 스트레스 사례

by 이지현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저는 마치 독감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축가를 부르던 가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사회자의 과장된 마이크 소리, 하객들의 동시다발적인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조명, 온갖 음식과 향수가 뒤섞인 냄새,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기대와 기쁨, 미묘한 긴장감 같은 감정의 파동까지. 그 모든 것이 제게는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와 저를 완전히 잠식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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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행복하고 소란스러운 축제의 현장이었겠지만, 저에게는 모든 감각이 비명을 지르는 생존의 현장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순간, 압도적인 자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지켜줄 작은 닻이 절실해집니다.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나를 분리해 줄 나만의 작은 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닻과 섬의 역할을 가장 빠르고 부드럽게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향기’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의 순간에, 향이 어떻게 우리를 위한 작은 틈과 공간을 만들어주는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소음과의 싸움, ‘감각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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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특히 주말 오후에는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냉동식품 코너의 냉장고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슬슬 머리가 아파오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을 때쯤이면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어져요.”

아로마테라피 상담을 하며 만난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에게 마트는 쉴 새 없이 깜빡이는 형광등,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의 저주파음, 사방에서 울리는 계산기 소리와 안내 방송, 카트 바퀴 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인 거대한 자극의 공간이었습니다.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 결국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감각 과부하’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초민감자가 아닌 사람의 뇌는 이런 자극들을 자동 음소거 하듯 필터링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 모든 것을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고 하나하나 처리하려다 결국 에너지가 소진되고 마는 것입니다.


나만의 '향기 보호막' 만들기

이런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하나의 감각, 즉 후각에 집중하여 다른 감각의 과부하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로즈마리나 페퍼민트처럼 시원하고 날카로운 향은 혼란스러운 주변의 냄새와 소음으로부터 나의 의식을 명확하게 분리해 줍니다. 로즈마리는코와 머리에 시원한 감각을 주어, 멍하고 무거웠던 머리를 순간적으로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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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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