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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30. 2016

쉽게 상처받지 않는 연습

 나는 마음이 약해서 조금만 속상하면 눈물을 잘 쏟았다. 짓궂은 장난에도 쉽게 토라지고 속상해 했다. 부모님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나를 걱정하곤 하셨다. 다행히 커가면서, 그리고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격을 바꾸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A언니는 나와는 반대로 친구들의 놀림에도 잘 반응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들어도 신기하리라 만큼 차분했다. 친구들은 자기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놀리는데 재미를 붙였다. 점점 더 짓궂게 놀려댔고 가끔은 지나친 장난을 쳐서 날 화나게 하기도 했다. 진심이던 아니던 모든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에게는 그 친구들이 무심코 던진 말이 상처가 되기도 했다. 나에 비해 언니는 지나치게 반응이 없었다. 가끔은 너무 냉랭해서 내가 다 무서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재미가 없어서’의 수준을 지나 ‘눈치가 보여서’ 언니를 놀리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언니와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아 언니의 표정이 기분 나쁜 표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언니도 기분이 나쁘니까 그걸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언니는 그냥 신경 쓰지 않은 것이었다.      


 “놔둬. 뭐라고 하든 말든.”     


 분명 신경 쓰이고 기분이 나빴을 텐데 언니는 스스로 걸러내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고 여자라고 무시를 하기도 했으며 한국인을 무시하기도 했다. 내게는 비수처럼 꽂혔던 모든 말들이 언니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언니라고 그 말을 듣는 게 기분 나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단지 받아들이는 마음을 나와는 다르게 가졌던 것이다.

 A언니는 심각한 일도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은 집안 사정이나 자신의 고민들도 항상 냉정하게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일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멘탈갑’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멘탈이 강하다는 것은 내가 가진 약점을 인정하고 남들에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지만 이것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그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의 자세이다.


 언니에 비하면 나는 ‘유리멘탈’이었다. 사람들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힘든 건 나뿐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다 기억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만 담아두고 내 속만 썩였던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도 단련이 되었다.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고 내 감정만 낭비하지 않게 되었다. 부족한 점은 인정하고, 아닌 건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하면 그건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만큼 완벽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된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의견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걸 인정하는 것, 딱 그뿐이다. 


 나도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을 사랑하지 못한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모두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내 주변 모두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면 그건 무리한 욕심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인간은 감정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그래서 누구도 완벽하게 냉정할 순 없다. 좋고 싫은 건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가시 돋친 말이나 믿음에 대한 배신에 상처를 받지 않고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가 그런 감정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상처를 준다고 그걸 다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내가 피할 수 있는 건 피하면 그만이다.


 결국 모든 감정은 내 믿음이다. 상대가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면 상처가 되는 것이고 내가 그로인해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든 나에게 쉽게 상처주지 못하도록,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할 권리가 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든 그 것이 나에게 다가올 때 정의내리는 건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그 누구도 나에게 상처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려고 한다. 멋진 복근을 갖기 위해 매일같이 운동하는 것처럼 단단한 마음을 위해 계속해서 훈련을 한다. 아무리 마음이 약하고 감정적인 사람도 ‘멘탈갑’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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